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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 kwangsu Feb 27. 2023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 (2)



"People, Deep Thought, Want"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로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치로 만들 것.


-Theodore Levitt,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1편' 내용과 연결됩니다.





03.

좋은 브랜딩은 숨은 니즈를 발견한다.

시대의 니즈를 읽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기존 매거진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는 '매거진 B' © B Media Company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는 시대의 니즈를 이해하고 남다른 통찰력으로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었다. 그는 기존 시장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함으로써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개인의 취향을 터치하는 단 하나의 브랜드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매거진 B는 기존의 주간, 월간 단위의 정기 간행물이 지닌 시간적 한계를 넘어선 지속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매거진 B는 공급 과잉의 시대, 다원화된 가치,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찾거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개인의 니즈를 만족시켰다.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는 시대의 갈증을 포착하고 그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만족시킨다.


그가 만든 브랜드 가치는 단순한 마케팅, 디자인의 차별화가 아니다. 그는 실무자들은 컨셉, 기획, 마케팅, 디자인, 재무, 운영 방식, 생산, 제품 관리, 직원 채용 등 다양한 영역으로 브랜드를 구분하지만, 고객들은 그 모든 영역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점을 말한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과 가치란 이 모든 영역을 고려해야 한다. 짧은 호흡의 마케팅이나 시각 언어인 디자인만으로는 브랜드의 근본적인 차별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광고 없이 한 호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루는 잡지 ‘매거진 B’ ©JOH & Company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최원석 대표 역시 공급 과잉의 시대의 소비자와 브랜드의 니즈를 잘 읽어냈다. 하나의 브랜드만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프로젝트 렌트'는 오프라인 버전의 콘텐츠 매거진에 비유된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 된 공급 과잉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무엇이 좋은 브랜드고 무엇이 내게 가치 있는 소비인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디자인과 광고 방식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어필하기 어려워졌다. 제품, 서비스, 매체, 광고, 홍보, 메시지의 과잉 가운데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며 브랜드 콘텐츠 자체에 무감각해진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남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다.


그는 소규모의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며 느꼈던 스몰 브랜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간을 떠올렸다. 아무리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고 해도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본성이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디바이스 화면에 기반한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마케팅과는 달리 프로젝트 렌트의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남다르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오직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스토리만을 온전히 담는 매장" Copyright ⓒ PROJECT RENT



많은 브랜드가 프로젝트 렌트를 찾아오는 이유는 남다른 호흡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온전히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60초짜리, 혹은 1페이지 광고처럼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궁금함으로 자발적으로 찾아온 소비자들은 브랜드 콘텐츠로 가득한 공간에서 브랜드 고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보다 긴 호흡으로 밀도 높은 경험을 하게 된다.


다소 생소한 접근 방식이지만 프로젝트 렌트는 소비자들조차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보다 밀도 높은 브랜드 경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야말로 좋은 브랜딩의 조건이다. 그들은 단순 임대업이나 홍보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는 색다른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브랜딩은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현함으로써 가치를 인정받는다.







04.
좋은 브랜딩은 인간의 욕망을 터치한다.

모든 브랜딩은 결국 인간으로 귀결된다.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은 생산과 소비의 순환에서 비롯된다. 생산과 소비가 적절하게 순환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마비된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욕망이다. 모든 브랜드는 인간의 욕망을 연료 삼아 움직인다. 그것은 오늘날 브랜드 경험이라는 표현으로 포장되기에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파리는 도시가 아니고, 인도는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다. 그것을 소비하면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인간으로서 잠재력이 실현되고, 더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표현에 대해 사람들은 어떠한 거부감도 느끼지 못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믿음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허구의 신화라고 말한다. 경험에 대한 우상화는 물질 만능주의와 일맥상통한다. 마치 재력처럼 여행과 지식, 다양한 경험으로 충만하면 삶이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만든다. 그러나 경험에 대한 욕망이 자본주의가 만든 환상일지라도, 브랜드에게 있어 그것은 공기와 같다. 브랜드가 오직 필요에 의해 평가받는다면 어떨까? 아마 그제야 브랜드가 브랜드 경험이라는 허구의 신화를 통해 필요 이상의 가치를 정당화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경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없다면 브랜드는 무색해진다.




계속 헤엄치지 않으면 질식하고 마는 상어처럼 브랜드 역시 끝없는 가치 증명을 요구받는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희소성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사람의 욕망에 비하여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유한하여 부족한 상태”를 희소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를 경우 희소성을 가진 기술은 첫째, 기본적으로 수요자의 욕망(또는 수요)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는 점, 둘째, 질적 및 양적으로 유한하여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 송주영(Juyoung(Julian) Song)*, 성형석(Hyungsuk Sung)** (2015)
"A Study on Relation between Strategic Attributes of Technological Resources and Competitive Advantage: Empirical Analysis of VRIO Framework by Using Technology Evaluation Results of Technology Based SMEs."



카테고리 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이 성숙할수록 브랜드 제품 내에서의 차별점을 구별하기란 매우 어려워진다. 화장품 시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보통 백화점에서 수십만 원에 팔리는 크림 제품과 만 원대의 저가 크림 제품은 거의 성분의 차이가 없다. 제품 원료의 98%는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다. 가격의 차이는 브랜드에서 온다. 브랜드는 단순 디자인과 품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판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외모의 여배우를 모델로 삼아 모델의 미모에 대한 감탄과 동경을 브랜드로 향하게 만든다. 욕망이 발동하는 순간 만 원짜리 원료는 수십만 원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브랜딩은 가치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 그 가치가 얼마나 더 특별한가에 따라 브랜딩의 수준이 달라진다. 보통 모두가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가치는 더 이상 가치 있다고 하기 어렵다. 무수한 동질성 사이에서 특별함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차별화를 위한 방법으로 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한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은 동일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것은 근본적인 가치의 차별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브랜딩은 남다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고민한다. 결국 어떻게 인간의 욕망을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결국 인간,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좋은 브랜딩은 디자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물론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다. 브랜드와 사람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브랜딩을 구성하는 수십 개의 영역 중 하나일 뿐이다.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좋은 브랜딩을 위해서는 디자인과 마케팅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 브랜딩의 핵심 문제는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가치 그 자체에 있다. 그런 다음에야 브랜드 경험을 고민하고, 남다른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근본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브랜드 경험만으로는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없다.


브랜딩에 대한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지만, 좋은 브랜딩에 대한 정의는 오직 하나뿐이다. 브랜드는 고유한 방향을 추구하는 가운데 브랜드다움을 획득한다. 그러나 명확한 방향성과 일관된 맥락만으로는 좋은 브랜딩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 브랜딩은 그 브랜드다움을 바탕으로 남다른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브랜드는 자신의 가치 증명을 위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거나, 현상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욕망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대게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가 충족시키는 욕망의 크기와 희소성에 비례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소비이며, 현대사회의 소비는 사회적 욕구에서 발현되는 기호 가치에 의해 이뤄진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듯, 브랜드 역시 인간의 필요와 편리, 과시욕과 개성 표현 등 다양한 욕망을 더 근사한 방식으로 충족시키며 진화해 왔다.

결국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여전히 인간에 있다.

좋은 브랜딩의 본질은 세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People, Deep Thought, Want"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로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치로 만들 것.








그렇다면 브랜드 전문가는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설계할 수 있을까?
다음 연재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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