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돌아보려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돌아보고 싶다.
스물두 번째 생일, 후배는 나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어느 여행작가의 이야기였다.
책을 읽은 나는 순례자의 길을 떠올렸다.
800km의 여정, 한 달간 순례자가 되어 걷는 길은 어느새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군대를 가기 전 열흘간 올레길을 걸었다.
전역 후 순례자의 길을 가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하지만 긴 여행을 생각하기에 나의 삶은 불안했다.
전역 후 복학생이 된 나는 취업을 고민해야 했고, 취업을 해야 했다.
처음 입사한 직장은 모든 게 새로웠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일에 적응해야 했다.
그렇게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알리고 교육하는 본인>
3년이 지나자 이제 직장은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힘들었고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순례길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정말 멀리 있는 꿈이 되어버렸다.
서른이 된 2017년,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무작정 100일 후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순례길을 걸었던 시간은 행복했고 잊지 못할 순간의 연속이었다.
걷는 순간순간이, 바라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함께 걸었던 이들은 너무도 감사한 인연들이었다.
<순례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
어느새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메모했던 하루하루의 일과와 사진만이 내가 그 길을 걸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메모장과 사진들을 뒤적이며 그 순간을 기억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