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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U Dec 01. 2017

게으른 여행자, 순례길을 떠나다.

계획 없이 게으르기만 여행자가 순례자의 길을 준비하다.

여행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

순례길을 가고 싶을 뿐 해외여행 역시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다.


다만 매년 계획 없이 홀로 제주도에 간다.


여행 방식은 동일하다.

비행기는 편도로 끊는다.

제주도에 가기 3일 전, 임의의 장소를 찍어 첫날 숙소만 예약한다. 


제주공항에 내려 제주도 관광지도 하나를 받아 들고 첫날 숙소로 향한다.

그리고 다음날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둘째 날 숙소를 예약한다. 

둘째 날 일정을 마치면 다시 다음 일정과 숙소를 예약한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까지 그렇게 여행을 한다.


게으르기까지 하다.

남들은 하루에 세 곳, 네 곳을 방문하지만 많아야 두 곳이다. 

먹는 것도 별 관심이 없다.  근처에 식당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다.

결국 여행시간 대부분을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데 할애한다.


이처럼 습관이 된 여행 방식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순례길을 포함해 70일의 여행이지만 여행 계획을 짜고 싶진 않았다.

순례길은 코스가 정해져 있으니 걸으면 되고, 다 걷고 나면 또 가고 싶은 곳이 있겠지 생각했다. 


다만 못난 영어 실력은 고쳐야 했다.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덕분에 외국인만 보면 도망가는 기피증과

영어가 들리면 속이 메스꺼운 토종 한국인이었다.


그렇게 유일한 여행 준비로 영어회화 학원을 등록했다. 

외국인 선생님은 미인이셨고 나는 열정적인 수강생이 되었다.


계획 없고 게을렀던 나는 출국 일주일을 남기고서야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열정적인 두 분의 조력자가 존재했다.

순례길을 먼저 다녀온 두 분의 지인은 순례길에 대한 찬사와 함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었다.

자신이 다녀왔던 여행 스케줄을 공유해주었고, 순례길과 관련된 책과 정성스레 쓴 손편지를 선물 받았다.


책 한 권과 지인의 도움으로 아래와 같은 리스트를 작성했다.


<준비물> 

배낭, 우비, 배낭 우비천, 헤드랜턴, 정글모, 선글라스, 스포츠 타월, 옷걸이, 빨래집게(4-6개), 옷핀(5개), 큰 비닐, 지퍼백, 장갑-방수(일회용 비닐장갑), 힙색(보조가방-돈 보호), 여권사본, 바셀린, 비어 킬(벌레 스프레이), 국제면허증, 바늘실, 침낭,  멀티탭


<사전 예약할 것>

파리에서 묵을 첫날 숙소 , 생장(Saint -Jean-Pied-De-Port) 행 교통편(TGV 기차 티켓)


준비물을 다 갖추기에 시간은 촉박했다. 인터넷을 통해 급히 물건을 구입했고 구매하기 어려운 물건들은 지인에게 빌렸다.


파리에 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첫날 숙소와 순례길의 시작지인 생장(Saint -Jean-Pied-De-Port)까지 가는 기차를 예매했다.


그렇게 게으른 나와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지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행 준비를 마쳤다.



일주일 후 나는 파리행 아침 비행기 올랐다. 


<끔찍한 하루가 시작되는지 모르고 그저 출국이 신나서 찍은 셀카>  


<다음편 예고>

 그리고 이제, 끔찍했던 첫날의 기억을 떠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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