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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r 10. 2024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인연의 끝은 눈물

40여 명이 운동 중이었어요. 낮은 산처럼 생긴 공원에서 수탉 울음소리에 가까운 날카로운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요. 소리가 작고 음원지가 울타리 밖으로 멀어 누구도 관심이 없고 그냥 열심히들 할 일을 합니다. 새벽도 아닌데 닭이 왜 울까요. 의문에 5분 정도 지났지만 누구도 간간이 들리는 소리에 여전히 반응이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 소리는 이제 개나 고양이의 학대 소리 혹은 덧에 걸린 앙칼진 동물 소리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럽게 불안하기 짝이 없어 도저히 안절부절 운동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오지랖, 잠깐연장을 두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울타리 넘고, 나무를 가로질러 덤불을 지나 접근했습니다. 바지에 여러 풀들과 가시가 붙었지만 몸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행여 덧이나 학대일까 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쭈욱 올라왔습니다. 저쪽 소리 나는 방향 20, 30미터 앞에 중년 아재분이 보입니다. 덜컥 저분이 학대의 장본인이란 생각에 다시 한번 긴장감 팽팽했습니다. 학대를 하고 있다면 험한 싸움에 대처할 생각을 해두어야 했습니다.


"선생님, 동물 우는 소리가 여기서 났는데 무슨 소린, 어디서 들리는지 아세요? 저어 기서 운동하다 달려왔어요"

씩 눈을 맞추고는 공격적인 물음에 미친놈 쳐다보듯 하더니 손을 들어 주먹 안에 든 물건을 내밀어 보여줍니다.

"악기 부는 연습하는데요."  "....................."

안도의 숨이 쉬어져 순간 긴장이 풀립니다. 한편으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었으니 머쓱하기도 했지만 다행인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남들이 강아지 이야기를 너튜브에, 브런치에 영상과 글을 남기더라도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맹세를 했습니다. 결코 그 끝이 기쁘지 않은 슬픔을 예견하기 때문이지요. 신은 강아지에게 그리 긴 수명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늘려 주시면 안 될까요? 지난 5일 우리 집 강아지가 14년의 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그리 많이 아프지 않고 순간에 별이 된 게 다행스럽긴 하지만 눈 한번 맞추지 못하고 간 게 서러웠습니다.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에, 평생 식탐 음식 조절에 맛난 것 실컷 먹이지 못한 게 죄책감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아니한 분들은 그깟 강아지 한 마리란 말로 대수롭지 않게 공감을 하지 못합니다. 공감 안 해 주셔도 됩니다.


5일 이후 감당이 안될 정도의 감정에 삶이 멈추었나 봅니다. 회사일도 집도 무기력함과 삶에 대한 회의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고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틈틈이 늘어나는 것은 눈물의 양인 건 같습니다. 그깟 강아지 한 마리에 눈물에 과 불안한 이유는 세 가지의 의문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 인가 봅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세월이 지나 잊히면 어떡할까?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으면 어떡할까?


동물은 인간과 달리 모두 천국 간다 하네요. 나쁜 짓을 할 수도 없고, 하지 않기 때문이래요. 오늘 솥뚜껑에 논란일이 그저 해프닝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억겁으로 만난 인연은 서로 사랑했고, 행복했고, 고마웠어. 다시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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