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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Jan 31. 2019

골목놀이로 성취감을 저축하다.

골목놀이가 뭐예요?

고무줄놀이, 제기차기, 굴렁쇠, 공기놀이...

어릴 적 골목을 장악했던 수많은 놀이들이 사라진 골목들...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 웃음소리.


골목놀이가 뭐예요?

이번 겨울방학 동안 동네 아이들과 함께 골목놀이를 해보자고 제안했더니 우리 딸이 물었다. 골목놀이가 뭐예요?라고. 나는 그냥 골목에서 놀아보려고... 라며 얼버무렸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골목을 빼앗아간 게 우리 어른들 같아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설 명절이 낀 기나긴 겨울방학이 아이들에게는 지루할만하다. 11시~12시까지 늦잠을 자고 TV나 유튜브를 보다가 게임을 좀 하고 저녁 늦게까지 잠을 미루다 지쳐 잠들고 다시 늦잠을 자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우리 어린 시절보다 지금 아이들은 훨씬 더 발육도 좋고 말도 잘하고 모르는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순간의 '아이다움'은 정작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하루 1천 원의 재료비를 내는 20차시(총 2만 원) 골목놀이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진짜 아이다워지는 시간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첫날,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키를 쟀다. 마지막 수업이 될 한 달 후를 기약하며 누가 방학 때 가장 많이 컸나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도통 1초도 가만있지 못했던 아이들이었기에 진지하게 키를 재는 아이들의 표정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된 골목놀이는 지금 3분의 1을 지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힘드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에서는 힘든  없다. 같은 눈높이에서 웃고 즐기면 2시간이라는 시간은 금세 지나가니깐. 어쩌면  힘든  엄마들의 걱정과 우려다.  엄마가 우리 아이들을  봐줄까? 우리 아이가  유별난데 우리 아이한테 화내지는 않을까?  아이가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데 우리 아이는 계속 골목놀이를 보내야 하나? 갖가지 마음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골목놀이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올해 9살이 되는 아이들부터 11살까지다. 자기 주관이 생기고 원치 않은 것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렇다 보니 하루에도  번씩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누구는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누구는 세상 못생긴 얼굴로 구석에 앉아 시위를 한다. 누구는 물건을 던지고 친구를 밀기도 한다.  순간 나는 달려가  안아준다.


처음에는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마음들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얘기하고 나면 다시 잘 놀겠다고 한다. 그렇게 놀이는 진행되었다가 중단되었다가를 반복한다. 하지만 7차시를 진행하고 나니 게임은 쉼 없이 진행되고, 부딧치는 일도 줄어들었다. 아이들은 눈물을 흘린 뒤에도 금세 풀고, 다시 함께 놀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못한다. 여전히 우리 아이가 다칠세라 애지중지 온통 집중한다.


나는 올해 9살짜리 딸이 있다. 덩치로 보면 4~5학년쯤 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만 찾는 영락없는 초1이다. 이제 초2가 되지만 걱정이 많다. 잘 울고 잘 삐지고...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친구들과 수시로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고 몇 번씩 나에게 와서 이른다. 나의 골목놀이는 내 아이에게서 출발했다. 내 아이가 위기를 만났을 때 상처 받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강하고 유쾌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에 골목놀이를 통해 사회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골목놀이였기에 골목놀이에서 만난 엄마들의 걱정과 우려도 충분히 이해 가고 공감이 된다. 누구에게나 자기 아이는 소중하니깐.


오늘 14명의 아이들은 마을 뒷산 정상에 올랐다. 난생처럼 산에 오른 아이도 있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작은 성취감을 저축해가며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 속에서 우리 엄마들도 나도 조금씩 성장해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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