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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Dec 10. 2023

북섬 6박9일 4인 가족여행 3일째_코로만델

코로만델에 있는 머큐리 베이 홀팍에서 하룻밤을 자고 여행을 떠난지 3일째, 뉴질랜드에서 이틀째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8시쯤 일어났는데 캠퍼밴 첫날 잠자리가 편하지 않아서 그런지 몸이 찌푸둥하더군요. 아침은 토스트로 대충 먹고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운전석 계기판에 이상한 경고등 불이 들어왔습니다. 한국서도 본적이 없는 아이콘이라서 불안했습니다. 오피스에 가니까 친절한 할머니께서 돈달라고 그래서 하룻밤 방값을 지불했습니다. 안 되는 영어로 my car 스트레이징, help me. 라고 해서 차쪽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첨보는 빨간불 아이콘에 불이 켜짐. 나중에는 Adblue까지 불 켜져서 여행기간 내내 이 상태로 달렸어요 ㅋ


할머니도 처음보는 아이콘인지 시동 끄고 몇개를 눌러보더니 캠퍼밴 회사에다가 전화를 합니다. 저도 3g를 이용해서 김태훈님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help를 요청했습니다. 김태훈님에게서 회신이 오기 전에 할머니가 캠퍼밴 회사 AS를 불러서 20분 안에 차가 온다고 그러더군요. thank you를 연발해줬습니다. 20분 안에 할아버지 한분이 오셔서 차 뚜껑을 열고 구석구석을 살펴보는데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습니다. 뭐라고 자꾸 영어로 얘기하는데 전 아는게 없어서 그냥 I don't know만 외쳤습니다. 아무래도 문제를 찾기 힘든지 차 설명서를 달라더군요. 또다시 i don't know라고 외쳤더니 알아서 보조석 서랍을 열고 차 설명서를 꺼내더니 본인차로 가셔서 한참을 살펴보시더라구요. 

그리고는 마침내 그 신호가 라이트가 정상이 아니라는 신호라는 걸 찾아내시고는 차 라이트를 켜고 확인해보니 왼쪽 뒷편 후미등 보조 라이트가 맛이 갔더라구요. 다행히 보조 라이트라서 별로 표도 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뭐라뭐라 리페어 뭐 얘기하는게 사소한 문제인데 시간나면 고쳐라 이런 얘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제 차도 아니고 렌트카인데 번거로울 거 같아서 걍 무시했습니다. 김태훈님께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홀팍 주인 할머니한테도 기쁜 소식을 전해드린 뒤에 핫워터비치가 언제 핫 한지 영어로 물어봤습니다. what time hot water 라고 하니까 알아서 인터넷으로 시간 확인해서 오후 2시라고 알려주더군요. 시계 보니까 11시가 다 되어 가길래 우선 캐스드럴 커브로 먼저 향했습니다. 정상에서 바다 구경하는 건 줄 알았는데 미니 트레킹 코스더군요. 경치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바다도 멋지고. 해변가에 도착해서 첫 미션 완수 기념촬영도 하고 재미있게 놀다보니 시간이 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숨이 넘어가도록 부랴부랴 뛰어서 다시 캠퍼밴으로 돌아가서 핫워터 비치로 가니까 2시 20분쯤 되었더라구요.



 ▲고목 밑둥으로 만들어 놓은 캐스드럴 산책로 전망대.




  ▲캐스드럴로 가는 산책에 있는 벤치




  ▲캐스드럴 커브.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신비롭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점프 한번 해 줘야죠. ㅋ



저 멀리 사람들 몇명 모여 있는 게 보여서 그쪽으로 달려가보니까 바닷가에 땅을 몇군데 파 놨는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더군요. 아주 신기했습니다. 두팀 정도가 삽을 준비해 왔더라구요. 옆에서 열심히 삽질을 합니다. 저도 우리 애들한테 삽질시키고 싶어서 키큰 외국인한테 삽 좀 빌려달라고 영어로 얘기했습니다. 익스큐즈미, 플리스 하고 손가락으로 삽을 가르키니까 알아서 웃으면서 빌려주더군요. 애들은 열심히 삽질해서 온천물을 찾고 있는 동안에 삽주인이랑 대화를 좀 나눴습니다. 잠시 서 있는데 저에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길래 korea라고 대답해주고 저도 똑같이 물었죠. where are you from? 그랬더니 이 잘생긴 외국인이 헝그리 그러길래 배가 고프다는 줄 알고 제 질문이 잘 못 된줄 알았죠. 제가 못 알아듣고 있으니까 '유럽' '헝가리'라고 또박또빡 다시 얘기해주더군요. 아하~ 헝가리. 그러면서 몇가지 더 대화를 나눴습니다. 여친인지 부인인지 24일간 남북섬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깜빡 놀랬습니다. 제가 영어를 거의 못하는데 이 헝가리 사람과 대화가 통한다는게.


  ▲땅을 파면 뜨거운 온천물이 콸콸 나오는 핫워터비치. 언 빌리버블.



 ▲핫워터 비치.


영어도 좀 배웠겠다 그 헝가리 사람이 연발하던 '언 빌리버블'을 저도 몇번 외쳐줬죠. 실제로 핫워터 비치 신기하더군요. 차가운 바닷물 속에 뜨거운 온천이 나오는게 신기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시계를 보니까 또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구글맵에 타우랑가 찍어보니까 3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가다보니 기름도 똑 떨어져서 주유도 했습니다. 주유구 구멍을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매고 있으니까 주유소 계산대 아저씨가 제가 버벅대는 걸 눈치채고 친절하게 나와서 주유구를 찾아서 기름까지 넣어주었습니다. 참고로 주유구는 보조석 문쪽에 감춰져 있더군요. 차 받을 때 분명 설명 들었던 거 같은데 듣자마자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파파모아 비치 탑 텐 홀팍에 7시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오피스 문이 닫혀 있고 입구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벨을 누르니까 사람이 나와서 방값을 계산하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어둡고 추웠습니다. 깜깜한데 파도 소리만 철썩 철썩 들리더군요. 바로 바다 앞에 조그마한 방파제가 있고 잇달아 캠퍼밴 사이트가 있습니다. 와이프는 파도가 넘어올 거 같다, 쓰나미가 오면 어떡하냐, 불안해서 못 자겠다 좀 멀리 차를 되자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바닷가 파도소리를 이렇게 리얼하게 들을면서 잠들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되겠냐며 꼬셔서 제일 바닷가 가까운 곳에 차를 되었습니다. 스페셜하게 맛없는 고기를 그냥 두고 라면 끓여서 대충 먹고 튜이라는 맥주를 마셨는데 맥주 맛이 좋더군요.


 ▲철썩거리는 파도소리 들으면  먹은 저녁. 바깥에서 식사하기에는 좀 춥습니다.



내일은 타우랑가도 둘러보고 로토루아도 가야되고 바쁜 하루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타우랑가랑 로토루아 정보 좀 찾아볼려구 하는데 3G 인터넷이 느려 터졌습니다. 내일은 꼭 와이파이 이용법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또 12시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파도소리가 철썩 철썩 아주 시원하게 들립니다.


바로 머리맡에서 파도소리를 듣다보니 바닷물에 잠기듯 스르르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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