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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Dec 10. 2023

북섬 6박9일 4인 가족여행 4일째_로토루아

 밤새 철썩 철썩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파도소리가 자명종처럼 깨워줍니다. 근데 자명종을 잘 못 맞췄는지 늦었습니다. 일어나니 8시가 넘었습니다. 바닷가쪽 사이트가 주방이랑 너무 멀어서 주방쪽으로 캠프밴을 끌고 가서 그곳에서 처음으로 냄비밥을 해 먹었습니다. 누룽지 숭늉까지 맛있게 먹고 나니 아침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오수랑 화장실물이 찬 거 같아서 좀 버려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버리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3G로 카페 들어가서 정보라도 찾아볼려고 하는데 역시 인터넷이 너무 느립니다.

 걍 포기하고 일단 화장실물이라도 화장실 변기통에 갖다 버릴려고 화장실통을 꺼내서 화장실로 들고 가는데 어떤 백인이 'Oh~ No~' 이러면서 그쪽으로 가지고 가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sorry. where? 라고 하니까 저기 덤프 스테이션 있는 곳을 알려줘서 그곳에다가 갖다 버리라고 합니다. 그 무거운 걸 끙끙거리면서 들고 가서 그곳에 버리고 난 뒤에 이제 오수만 버리면 된다 마음먹고 급수하는 수도꼭지 근처에 배수구에 버릴까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김태훈님한테 help를 요청해야겠다 싶어서 카톡으로 문의를 하니까 덤프스테이션에 같이 버리면 된다고 회신이 왔습니다.

 ▲저기 바닷가 끝 사이트에서 밤을 보내고, 화장실 근처로 차를 이동해서 오수까지 성공적으로 버린 뒤에 기념촬영 ㅋ.

차를 끌고 가 덤프스테이션에 오수를 버리고 나니 이제 캠프밴의 모든 기능을 다 파악한 기분에 흐뭇해졌습니다. 타우랑가에서 뭘하지 고민하다가 오전 시간이 다 가 버린 거 같아서 그냥 로토루아 블루 레이크 탑텐으로 구글맵을 찍고 바로 달렸습니다. 한 2시간쯤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리니까 유황냄새와 함께 로토루아가 나오더군요. 우리가 묶을 홀팍은 블루 레이크라는 호수에 딱 달라붙어 있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블루레이크랑 붙어 있는 블루레이크 홀팍 입구.



캠퍼밴 빌린지 3일만에, 여행 중 처음으로 오피스인지 리셉션인지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선불로 계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로토루아에 뭐가 좋은지 추천해달라고 귀찮아 하는 아들을 끌고 와서 통역을 시켰습니다. 마오리 공연 볼만하다고 그러고 저녁까지 준다길래 타마키 5시 공연을 예약하고 그 사이에 루지를 타러 출발했습니다. 패밀리 티켓이10회짜리랑 20회짜리가 있었는데 여유 시간이 1시간여 정도 밖에 없어서 10회로 결정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눈썰매처럼 생긴 루지라는 걸 타고 내려오는데 나름 재미있더라구요. 난이도에 따라서 총 3개의 코스가 있는데 처음에 간단한 사용법을 배우고 난이도 1에서 출발했습니다.


 ▲ 루지,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난이도 2는 스킵하고 바로 난이도 3으로 갔는데 약간의 스릴까지 있습니다. 루지 탄 기념 사진도 하나 장만하고 5시에 맞춰서 블루 레이크에 도착하니까 셔틀버스가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셔틀버스를 타고 타마키 마오리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입구에서 왠 아저씨가 나와서 영어로 한참을 설명하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잡힙니다. 중간중간 개그를 하는지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길래 뭔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바보 안 될려고 따라서 몇번 웃었습니다. 차가 3대가 왔는데 대략 30여명은 되는 거 같습니다. 중간에 니네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는데 영국, 호주, 미국, 중국 등 각 대륙에서 다 왔습니다. 한국 사람은 저희밖에 없습니다. 키아오라라는 마오리어 인사말이랑 코부비기 인사도 배웠습니다. 

날씨가 상당히 추웠는데 설명 끝나고 공연히 시작되자 마오리족이 맨발에 빤스만 입고 나와서 춤도 추고 자기들끼리 싸움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그럽니다. 나름 실감 납니다. 아내는 옆에서 쟤네들 진짜 춥겠다를 연발하며, 공연에 집중 안 하고 맨발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1차 춤사위가 끝난 뒤에 마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몇군데 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영국사람 보다 더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오리족 아줌마랑 아저씨들이 여자 놀이, 남자 춤, 여자춤, 게임 등을 함께 합니다. 저랑 와잎은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못하고 큰애는 남자 마오리춤을 배웠습니다. 소리도 가끔 지르고 마지막엔 눈을 크게 뜨고 혀를 쭉 내밀더군요. 장작불을 피워놓았는데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마오리족들 맨발이 안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오리족 춤 배우기.


https://youtu.be/LONbxwwBpyQ

▲재미있어서 동영상으로 한번 찍어봤어요.


체험활동이 다 끝난 뒤에 '항이'라고 하던가요, 땅 속에서 음식하는 걸 직접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게 오늘 우리 저녁이기도 합니다. 눈치로 보니 2차 공연 끝나면 줄거라고 하는 거 같습니다. 공연장으로 이동하니까 그 때부터 다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도 박력있고 춤도 멋져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다만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항이 음식 시연



https://youtu.be/nC09aXetosI

▲마오리족 공연의 한 장면.



공연장에서 멋진 2차 공연도 보고 구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항이를 뷔페식으로 준비해놓았더군요. 디저트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향긋한 냄새가 너무 좋습니다. 근데 또 영어로 막 설명을 합니다. 아마도 마오리족 문화랑 음식 뭐 이런 거 관련되는 거 같은데 알다시피 전 무슨 내용인지 전혀 감도 안 잡힙니다. 

드디어 모든 게 끝나고 차례차례 뷔페를 가져와서 먹는데, 역시 허기가 최고의 반찬입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마오리족이 일부러 배고플 때까지 시간을 전략적으로 끌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디저트도 먹고 돈주고 맥주도 두병 사서 와이프랑 나눠먹었습니다. 먹는 중간에 또 한 마오리족이 기타를 치고 대장 마오리족처럼 보이는 분이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흥겹습니다. 저 뒤쪽에 대학생처럼 보이는 한팀의 선남선녀 무리들이 복도쪽으로 나와서 춤도 추고 분위기 완전 화기애애했습니다. 


https://youtu.be/ddkqwGFGBZo

 ▲저희 애들은 시간이 늦어서 좀 피곤해하던데 저 젊은 친구들이 아주 재미있게 잘 놀더군요.

그 와중에 와잎은 가이드북에서 우연히 타마키 공연장 와인 1회 무료쿠폰을 발견하고는 아주 신나하면서 와인 한잔 무료 서비스를 받아왔습니다. 영어는 저보다 더 못하는데 신기하게도 와인무료 쿠폰은 희한하게 잘 찾아냅니다.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놀고 나니까 한밤중입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셔틀 타고 홀팍에 돌아오니 9시가 넘었습니다. 공연 보러 갈 때도 드문드문 비가 내렸는데 돌아올 때는 빗줄기가 조금 거세졌습니다.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 전기공급, 전기장판 깔기, 지붕없는 샤워장에서 샤워하기 등을 한 뒤에 내일은 뭘할까 고민하고 정보 좀 찾아볼려니까 또 잘 시간입니다. 캠퍼밴에서 2층 침대칸은 아들 두넘이, 명당자리인 뒤쪽 침대는 저희 부부가 사용하고 있었는데, 둘째 넘이 형이 몸부림이 심해서 도저히 잘수가 없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할 수 없이 엄마랑 명당자리에 같이 자라고 그러고 제가 2층 침대에서 큰 넘이랑 같이 자기로 했습니다. 

2층 침대에 누워 있는데 폭우가 몰아칩니다. 캠퍼밴 천장이 무너질듯이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우두두두두. 전날밤은 파도소리에, 오늘은 빗소리에 참 자연 속에서 매일 밤을 맞이하는구나 여기며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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