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함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아이폰 밧데리가 다 되어서 알람이 울리지 않아 푹 잔 덕분에 개운합니다. 와잎은 밤새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자연의 소리와 동화가 되어보라고 한마디 해줬습니다. 어제 홀팍 리셉션에서 와이키테 화산이 10시 반에 분출쇼를 한다는 정보를 들었길래 10시 반까지 와이키테 온천에 갈 계획이었습니다.
근데 토스터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서 시계를 보니까 이미 10시 반입니다. 리셉션에 들어가서 화산에 대해서 물어보니 와이키테는 10시 반에 시작한 분출쇼가 끝났을 거고 테푸이아 화산도 좋다고 추천해줍니다. 이왕 로토루이아에 온 거 하나 더 보고 갈려고 다른 거도 추천해달라고 하니까 캐노피 투어(이걸 와잎은 집트랙이라고 하더군요)를 추천해줍니다. 애들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1시에 캐노피 투어를 예약해 놓고 그 사이에 테푸이아로 향했습니다. 패밀리 티켓을 끊어서 입장했습니다. 진짜 화산을 보니까 정말 놀랍더군요. 예전에 일본 유후인 근처 여행할 때 화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과는 스케일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합니다.
▲셀카 찍는 어머니. 어헛! 참.
▲분출쇼 볼만 합니다.
여행객 중에 한국인을 처음으로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무리로 다니길래 하*투어에서 왔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노랑풍* 여행사에서 단체로 왔더라구요. 캠퍼밴은 단체 관광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여행이라며 우리끼리 자랑질을 했습니다. 캐노피 투어 갈 시간이 다 되어 빵 부스러기 좀 사서 바로 캐노피투어장으로 갔습니다.
산을 타니까 당연히 오피스가 산에 있을 줄 알았는데 구글맵이 시내로 알려주더군요. 가보니 시내쪽에 오피스가 있었습니다. 전문 산악인처럼 밸트를 매고 허리에도 링을 주렁주렁 찼습니다. 10인승 밴을 타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앞자리에 있는 진행요원 키위 2명이 친절하게 얘기도 하면서 놀아줍니다. 영어로 뭐라뭐라 하고 사람들은 웃는데 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자리가 넉넉치 않아서 저 혼자 젤 앞자리에 앉아서 영어 좀 하는 아들넘들한테 뭔소리냐고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알고보니까 승객들한테 돌아가면서 자기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랑 이름 얘기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 목소리 내어서 맞추기 퀴즈게임이었습니다. 전 i can't speak English라고 빠질려고 했는데 그래도 어디서 왔냐, 뭐 좋아햐냐, 사운드는? 하고 묻길래 코리아, 도그, 멍멍 세마디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게 잘하고 아들넘들도 잘하고, 와잎은 아들이 '우리 엄마도 영어 못해요'라고 통역해서 넘어갔습니다.
산중턱에 차를 세우고 숲속을 걸어가다가 밧줄을 타고 숲 속을 마구마구 타고 다녔습니다. 애들도 신나하고 저도 재밌더군요. 무섭진 않았습니다. 몇번 타니까 요령도 생겨서 줄 탈때 새로운 포즈도 시도해보고 그랬습니다.
https://youtu.be/G9zkTK50fKA
▲큰 애의 첫 도전. 타잔이 된 기분이라고 합니다.
중간쯤에 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오소리 같은 천적을 잡고 있다고 표지판 보면서 설명도 해줍니다. 진행요원 2명이 다 친절하고 위트가 있었습니다. 사진도 공짜로 찍어주더라구요. 애들도 둘다 아주 재미있어했습니다. 다만 스타킹 신고 온 와잎은 춥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빨리 끝나기만 바라고 있더군요. 비도 왔고 숲속이고 해서 좀 춥긴 했습니다. 3시간 가까이 했는데 시간이 금방 가버리더군요. 애들 만족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기념촬영이 거의 공포영화 포스터 수준.
다시 오피스로 와서 보니까 4시가 되었습니다. 식량이 떨어져서 근처 new world 마트 (우리말로 하면 신세계 마트인가요)에 가서 다시 3일치 식량을 샀습니다. 그리고 고기도 스페셜하지 않은 일반 고기로 소고기랑 돼지고기를 좀 샀습니다. 없는게 없더군요. 식료품만 따지면 이마트 3배는 되어 보입니다.
▲신세계 마트. 없는 게 없습니다.
타우포로 네비 찍어서 출발했습니다. 1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드 브레드 라돈 홀팍. 온천이 있다고 그래서 와잎이 기대 충만입니다. 키친에서 고기를 구웠는데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육질이 살아 있더군요. 깨끗한 뉴질랜드 청정지역에서 자란 오리지널 소고기 바베큐입니다. 첫날 먹은 스페셜 고기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밥 먹은 후에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입장료가 하루짜리, 3일짜리 이런 게 있길래 내일 아침에도 할 요량으로 3일짜리 이용권을 샀습니다. 온천은 잘 했는데 야외 샤워장이 춥더군요. 타우포 날씨도 상당히 쌀쌀했습니다.
타우포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이랑 번지점프를 할 계획을 진작에 세워두었습니다. 내일 번지점프할 생각에 두려움 반, 설레임 반입니다. 날씨가 추워서 전기장판 2개를 모두 최대로 올리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희집 막내 쿠키군. 동물병원에 맡길려다가 펫시터 중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아파트에 맡겼는데, 잘 지내고 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네요. 동원병원 보다 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