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브레트 라돈 온천을 아침 샤워 겸 한번 더 갈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샤워장이 너무 추울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리셉션에서 후카제트를 먼저 예약을 해 놓고 우선 번지점프를 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와잎이랑 둘째는 무섭다고 그래서 큰넘이랑 저랑 둘이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니까 둘째가 오기가 생겼는지 자기도 하겠다고 합니다. 와잎도 같이 하자고 살살 꼬셨는데, 세상이 두쪽이 나도 자기는 못하겠다고 도망칩니다.
번지점프 첨 해봤는데, INL 상담시 그러더군요. 번지점프를 하고 난 뒤에는 왠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고. 다른 사람 되어 볼려고 1순위로 제가 점프대에 섰는데 아래 끝없는 낭떠러지를 보니까 아, 괜한 객기를 부렸구나.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오로지 뒤에서 우리 아들 두넘이 용감한 아빠를 지켜보고 있을텐데, 라는 아빠의 힘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으악!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이 영원처럼 쭉 이어지더군요. 정말 뛰고 나니까 왠지 뛰기 전보다 훨씬 용감한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점프 점프대에 오른 삼부자. 이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아 아찔한 이 느낌. 다시 봐도 등짝에 소름이 쫘악!
둘째는 1차 도전은 실패하고 다시 마음의 재정비를 하더니 2차 도전 성공. 마지막 주자인 큰넘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머리부터 뛰어 내리더군요. 삼부자는 뛰어내릴 때의 그 아찔한 순간을 얘기 나누는데 와잎은 그대들은 정말 대단하지만 자기에게는 강요하지 마라고 한번 더 확인을 받습니다.
다음으로 후카제트로 이동했습니다. 아주 신나고 스릴 만점이라는 얘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기대 충만입니다. 날씨는 좀 쌀쌀한 편이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대기하는 시간이 20분 정도 시간이 있길래 그 짧은 틈을 타서 물을 끓이고 계란을 풀어서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배를 든든하게 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라 탔습니다.
제트보트는 필리핀에서 제대로 타 본적이 있어서 그 스릴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명불허전. 역시 후카제트 이름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군요. 스릴 만점으로 제대로 달려줍니다. 뉴질랜드 엑티비티의 특징이라면 찔끔찔끔이 아니라 속 시원해질때까지 제대로 해준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후카폭포의 웅장함도 구경하고 돌아와서 앵콜 외치니까 한번 더 달립니다. 근데 아까부터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후카제트의 엄청난 속도 때문에 총알처럼 얼굴을 때려서 너무 아픕니다. 시원하고 아프고 짜릿하고 머 복합적인 기분이 듭니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신나게 젖었습니다.
▲놓쳐서는 절대 안 될 타우포의 후카제트. 여름에 타면 더 신나고 재미있을 듯.
오늘의 마지막 엑티비티. 스카이 다이빙을 하러 공항쪽으로 갑니다. 리셉션에서 미리 알려주었듯이 구름이 끼고 비가 와서 스카이다이빙이 가능할지는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비는 좀 그쳤지만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여있습니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공항쪽 스카이다이빙 장소로 갔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은 살짝 비싸서 번지를 못한 와잎와 꼭 해보고 싶다는 큰아들만 대표로 도전하기로 합니다. 접수를 한 뒤에 점프복까지 입었는데 기상상황 때문에 가능할지는 30분 정도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늘을 보니까 먹구름이 끼여있는데 그게 물러가야 가능할텐데... 30분 정도 기다려도 구름이 안 없어지면 오늘은 힘들다고 내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오늘 오후에 통가리로로 떠난다고 오늘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고 배수의 진을 칩니다.
▲옷을 입을 때만 해도 바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날씨 때문에 30분 넘게 조마조마하며 대기.
30분이 지나서도 구름이 없어지지 않고, 와잎은 무서운데 차라리 잘 되었다며 안도를 하는 눈빛입니다. 그러다가 한 15분 정도 더 기다리니까 우주복을 입은 키위 2명이서 비행기 타러 가자고 합니다. 나가서 하늘을 보니까 희한하게도 구름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바로 비행기 시동을 걸고 몇가지 촬영을 하고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 저랑 둘째는 바깥으로 나가서 비행기가 하늘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끝없이 높이 올라갑니다.
▲스카이다이빙 도전!
▲두려움 반, 설레임 반. 뒤로 보이는 짙은 먹구름들.
공터 같은 곳에서 한참을 기다리니까 저 앞에 낙하산 2개가 데롱데롱 내려옵니다. 나름 멋져보입니다. 와잎이 먼저 도착하고 좀 있다가 큰애 낙하산도 내려왔습니다. 전혀 무섭지 않고 너무 아름답다고 정말 잊지 못한 광경을 보았다고 둘다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합니다. 와잎은 어쩌면 이번 여행의 최고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럽니다.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는 와잎.
시간이 늦었습니다. 바로 통가리로로 향했습니다. 1시간 좀 넘게 걸렸는데 길거리가 어둑어둑합니다. 출발할 때 기름이 부족하다고 빨간불이 켜졌는데 바로 앞에 주유소를 그냥 지나쳤더니 1시간 내내 주유소가 안 보입니다. 첫날 켜진 방향등 에러등, 그 다음날 켜진 adblue 부족액 경고등에 주유 경고등까지 운전대 앞에 3개의 불이 켜져있습니다. 차가 멈추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하는 스릴감을 느끼며 달렸습니다. 통가리로 홀팍은 산중턱에 있는데 눈송이가 조금씩 떨어집니다. 리셉션은 문을 닫았고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날씨가 아주 춥습니다. 한파가 닥친 한겨울 같습니다.
키친에 가니 중국인 부부와 맨발로 다니는 히피족같은 외국인과 인형같은 딸, 그리고 얘기하기를 즐기는 키위 부부가 저녁을 먹고 있습니다. 키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기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입니다. 키친 안이 훈훈해서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고기를 굽고, 국을 끓이고 맛있게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맥주도 두어병 마시고 나니 산속의 고요함이 묘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첫 요리 도전.
바깥으로 눈송이가 굵어집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씻고 캠퍼밴의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누우니 사푼사푼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고요한 정적 속에 눈송이 쌓이면 소리만 바스락바스락 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