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동화책 2
새벽녘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렸어요. 도키와 이별로 인해 선잠을 자던 연수는 일어나 화장실에 가 보았어요.
"깜짝이야!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면 어떡해!"
화장실 세면대 안에 비누 거품이 잔뜩 만들어져 있고 그 속에 핑크색 털의 작은 요정이 거품 속에 반쯤 잠겨서 누워 있었어요.
"오늘 먼 여행을 와서 거품 목욕 하면서 쉬려고 했더니..."
"혹시 너 도키의 누나니?"
연수는 도키가 얘기했던 거품 목욕을 좋아한다던 누나가 떠올라서 물었어요.
"그래. 난 도키 누나 오키야. 네가 우리 도키를 배신한 연수구나."
"배신?"
오키는 손으로 젖어 있는 뒷 머리카락을 탈탈 털어내며 세면대 바깥으로 나와 도키 이야기를 했어요. 바람골 요정마을로 돌아온 도키는 '연수'라는 친구를 사귀어서 정말 신났는데, 다음날 자기를 돌려보내 버려서 실망했다고, 게다가 택배 상자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사이에 바로 옮겨져서 세상에서 가장 아끼던 별봉마저 챙기지 못해서 잔뜩 풀이 죽어 있다고 알려 주었어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오해야! 나도 도키를 정말 좋아해. 내가 유치원에 간 사이에 우리 엄마가 그 상자를 반품 보냈어. 도키를 다시 만나고 싶어. 도키의 별봉은 내가 잘 보관하고 있어."
"그럼 바람골로 가서 도키를 만나자. 내가 길을 안내해 줄게."
"그런데 오키, 이렇게 요정 모습으로 다니면 사람들이 널 이상하게 쳐다볼걸."
"걱정 안 해도 돼. 어른들은 나를 못 봐. 순수한 마음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만 내가 보여. 어른들은 그게 힘든가 봐."
혼자서 멀리 가 본 적이 없는 연수는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어요. 하지만 도키를 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서 굳게 말했어요.
"좋아. 바람골에 가서 도키를 만날 거야. 지금 바로 출발하자!"
연수는 외투 주머니 속에 오키를 넣고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왔어요. 하늘을 올려 보니 별이 총총하게 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