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또 다른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느끼는 중
어제 딸아이를 픽업 갔을 때에는 다행히 애프터 프로그램에서 잘 놀고 있었다. 바깥 운동장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딸아이를 발견하니 맘이 놓인다. 이번이 두 번째 애프터 프로그램이었는데, 이젠 좀 익숙해져가고 있는 중인 거 같아서. 첫 번째 픽업을 갔을 때에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려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다. 감사하게도^^
어제는 치과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라서 조금은 일찍 픽업을 했다. 지난겨울,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치과에 들러서 검진을 받았는데 어찌나 울고 싫어했던지. 조금은 걱정했다. 오늘은 아마 지난번보다 더 많이 볼 텐데. 앞니에 충치가 생겨서 치료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별거 아닐 거라고 말하고, 치과에서 용감하게 잘 버텨주면 나와서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가서 선물을 사주겠다는 공약도 걸었다. 어쩌면 내가 더 걱정하고 있는 건 줄 모르겠다. 다행히 남편도 함께 동행해주었다. 둘째를 갖고 몸이 불편했던지라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딸아이가 혼자 의자에 앉기 무서워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빠가 안고 의자에 앉아도 된다고 해주었다. 아직도 겁먹고 있는 딸을 위해서 의사 선생님이 치료도구들을 손으로 직접 만지고 놀게 해 주었다. 그러니 딸아이도 제법 익숙해졌는지 덜 무서워하는 거 같았다. 본격적인 검진이 시작되었다. 나도 긴장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담담하게 치료를 받아들이는 딸아이를 보고 나와 남편은 놀람을 넘어 감동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도 자기 아들이랑 동갑인데 훨씬 더 용감한 거 같다고 이야기해주니 딸이 더 입을 크게 벌린다. 양치하는 법부터 불소치료와 다른 점검까지 모두 다 잘 마쳤다. 울음바다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딸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아이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네 번째 스쿨버스 등교이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영상전화로 생중계 중이다. 더 의기양양하게 스쿨버스에 오른다. 그런데 늘 앉던 자리가 아닌 반대편 자리에 앉는다?!! 우리가 왜 그쪽에 앉는지 몰라서 바깥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딸아이가 흠칫 놀란다. 원래 앉던 자리가 아님을 그제야 안 거 같다.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버스는 딸아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출발한다.
어떻게 했을까? 버스가 멈췄을 때 자리를 바꿔 앉았을까? 아니면 그대로 갔을까? 30분 이상은 더 타야 할 텐데 그동안 딸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했다. 혹시 계속 속상해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을는지. 아니면 혼자 다시 자리를 바꿨을지. 오늘 오후에 픽업 가서 물어봐야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 딸아이가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는지 지켜보고 응원해줘야겠다.
수요일 아침. 이 곳은 제법 아침 공기가 차다. 벌써 가을이 왔나 보다. 올 가을, 나와 딸에게는 새로운 도약으로 기억되는 더 특별한 계절로 기억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