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 국민이 주식열풍에 신명 나던 그 시절.
나 역시 어마어마한 대박(의 기회)을 맞았다. 당시 주린이였던 나에게 무려 60%의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매일같이 오르고, 또 오르고, 나는 큰 꿈에 부풀어 계속해서 그 주식을 추매 했고, 매일을 행복회로를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떡락하기 시작한 그 주식은 다시 올라올 기미가 없이 지하로 내리꽂기 시작했다. 당시 주식에 대해 조언해 주곤 하시던 팀장님은 ‘지금이라도 팔아라’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이 주식을 10년은 가지고 가서 10배 이익을 내겠다는 주린이만의 포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년, 2년이 흘러도 그 주식은 흘러내리기 바빴고, +60%였던 주식은 –60%의 파란불을 찍었다. 해당 주식에 악재가 연달아 생기면서 신저가 알림이 매일같이 나의 폰을 울렸다. +60%에도 꿋꿋이 추매를 하던 나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아니 어제만 팔았더라도.. 어제, 그제만 팔았더라도...!' 그렇게 나는 처음의 포부를 잊고 조금씩 손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만 해도 차라리 다행인 거야,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다 뇌동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어플에서 손을 뗀 뒤 침착하게 멘탈을 다잡았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아직, 안 팔았잖아?”
그렇다. 아직 안 팔았다. 실현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나씩 팔면, 그 가치가 실현된다. 미뤄두어 어쩌면 더 좋지 않을지도, 더 좋아질 지도 아무도 명확하게 맞출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 팔지 않으면, 아직 문제가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애당초 10년을 두고 보겠다고 결심한 주식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이 주식이란 놈은 마치 나의 걱정의 템포를 닮아있었다. 유난히 걱정이 많은 나의 하루엔 ‘주식 신저가 알림’보다도 ‘걱정 알림’이 더 많이 울린다.
띠링- 이번 달, 소득이 없어요, 갑자기 아파도 대책이 없습니다. 큰일입니다!
띠링- 벌써 서른 하나입니다. 앞으론 취직하고 싶어도 신입은 어림도 없습니다. 큰일입니다!
주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울려대는 내 머릿속 걱정알람. 그리고 나는 그 생각에 동요되어 소중한 하루를 소비한다. 그 불안은 점점 커져 어느덧 태도가 된다. 나의 인생을 망가졌다고 단정 짓고, 패배감에 빠져 나의 하루를 스스로 망가뜨린다. 그렇게라도 하면 좀 나아질 것처럼.
그러다, 나의 걱정이 지금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깨닫는다.
나의 주식이 신저가를 기록했든, 지금의 내 모습이 수익 0원의 백수이든, 내 결정이 틀렸다며 괴로워하며 하루를 망칠 이유가 없다. 내가 인정하기 전까지 실현된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묵묵히 내가 믿는 잠재가치를 바라보며 보릿고개를 넘고 나서야, 진정한 가치를 빛내는 날도 오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이를 카카오 훈련이라 명명했다. 이 주식 신저가/신고가 알림이 나를 암만 흔들어대도 현자처럼 미소 짓는 훈련이다. 당장의 눈앞에 걱정과 괴로움이 생겨도, 더 멀리 바라보고 흔들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거다. -60%를 찍은 반려주식의 순기능이다.
구구절절 우습다고? 개미의 정신승리 아니냐고? 그래, 맞다. 정신승리다. 근데 뭐, 정신부터 승리해 보는 거지, 그렇게 하나씩 이겨보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