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네팔

by 장인

치앙마이에서 자른 바보 같았던 앞머리는 벌써 눈썹 끝을 지나쳐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 달, 그리고 또 10일이 더 지나서야 무계획으로 떠나왔던 여행이 끝났다.

그동안 코도 까지고 얼굴도 한 차례 거하게 까졌다.


나에게 '끝'은 장황하거나 간결하지도 깔끔하지도 않다.

애매하고 또, 뜨뜻미지근하고 싱거울 때가 대부분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두 발로 올라간 높이에서 고산증이 나타나버려 죽을 뻔했던 트래킹이 끝났을 때에도,

거의 일주일 24시간을 함께했던 바트와 헤어졌을 때에도,

아마도 앞으로 10년 간의 마지막 네팔 여행이 될 이번 네팔 여행이 마무리되었을 때에도 그랬다.

체르고리, 4950m


여행이 끝났다.


오랜만에 익숙하지 않은 집에 들어서서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어쩌면 가장 익숙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이질적일 정도로 타버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날 한국인으로 보지 않은 이유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히말라야 고지대의 햇빛과 눈에 비치는 반사광까지 가감 없이 쭉쭉 받아들인 손등과 손등 밑에 숨어있던 손바닥 색깔의 대비는 너무나도 선명해서 경계선까지 보였다.

경계선은 꽤 오랫동안 선명하다가 희미해질 거다.


네팔과 여행의 냄새를(네팔은 내가 가본 여행지 중 가장 특이하고 강렬한 냄새를 지닌 나라다) 뜨거운 물로 씻어 내리고 내 냄새가 나는 침대에 누웠다.

지난 24시간 내내 비행기, 공항에 있었더니 피로 과부하가 걸려서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트래킹 내내 그리고 포카라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마구 헤집어놓았던 생각들이, 귀찮아서 대충 생각하곤 도로 쑤셔 넣었던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하나씩 떠올랐다.

행복이란 도대체 뭔지,

나란 사람은 왜 네팔에 세 번이나 돌아왔는지,

앞으로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등.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빈둥거린 지 4일 차인 오늘도 나의 생각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내 침대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참, 아직 빨래도 안 돌렸다.

내가 여행 간 동안 심술이 난 꿀이가 오줌을 갈겨버린 이불부터 빠는 걸로 빨래를 시작해야겠다.


여행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