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3월이다. 어느새 1분기의 끝자락이다. 그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업부를 옮기면서 새로운 산업군에서 일을 시작하였고 옮기자마자 4개월간 장기출장을 다녀오고 배경지식 1도 없는 실무에 바로 투입이 되어 부딪치면서 적응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 채로 지내다가 정신 차려보니 벌써 3월이다. 아직 폭풍 속을 걷고 있고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그 와중에 개성 강한 직속 후배가 생겼다.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올해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한 해다.
지난 글에서는 8년 차 직장인으로서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 된 인간관계와 조직생활에서 명심해야 할 것들. 그리고 그동안 현업에서 얻게 된 실무지식과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역량이 무엇인지 적어가며 신입 때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치를 마음속에만 차곡차곡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나처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아낌없이 남김없이 글로 출력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의 분투기를 일목요연하게 연재하겠다 해놓고 이제야 돌아온 점에 대해 부끄럽다.
왜 이렇게 행동하기가 오래 걸렸는지 생각해 보면 잘 써보고 싶고 모든 걸 완전하게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마음과 생각이 무거웠는지 쉽게 행동하지 못했다, 아니 실행하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지면 용기가 사라진다"라는 말처럼 일단 그냥 앉아서 한 글자라도 써내려 가면 됐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잘 해내고 싶어서" 마음이었다. 이게 그동안 계속 미루게 한 주범이자 머뭇거림의 배경이었다.
#힘을 빼야 한다.
무엇을 하려면 일단 힘을 빼야 한다. 그래야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처음부터 탁월하게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진정성 있게 쓰다 보면 비록 미흡한 글일지라도 메시지는 와닿게 마련이다. 비단 글뿐만이 아니라 언행도 매한가지다. 글과 언변이 수려하지 않다 해도 이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말의 진위와 진정성은 느껴진다. 행동을 개시하고 사람이 담백해지려면 계속 움켜쥐고 있는 게 아니라 손을 펴고 힘을 빼야만 비로소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담백함도 뿜어져 나온다.
#힘을 빼야만 내 곁으로 하나둘씩 모인다.
힘을 뺄 때 제 아무리 바쁜 상황이고 환경이 바뀐 게 없다 할지라도 마음속이 고요해져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계속 힘을 주고 있을 때는 만사가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불편한 감정이 발생할 수 있고 함께 있으면 부담스러워 떠나게 된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나는 뻣뻣하고 이기적인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아니면 온유하고 유연한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힘을 빼야만 내 안에 가득한 자의식을 내려놓아야만 앞서 질문의 후자가 되는 법이다.
#왜 힘을 주게 되는가?
무언가를 원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냥 원하는 게 아니라 강렬하게 원해서다. 힘을 주게 되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고 감정기복이 찾아온다. 힘을 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음이 무겁기 때문에 시작조차 못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그것이 나를 잡아 삼키지 않도록 "이까짓꺼 뭐라고"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애초에 무엇 때문에 힘을 주는지 생각해 보자. 힘을 주게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의 유익 (경제적, 진급, 등), 타인의 시선과 인정, 등 그러나 한 번 매몰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고 되려 잘 될 일도 안되게 된다. 그럴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줄 아는 게 되려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게 된다.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상사든 동료든 후배든 힘을 잔뜩 주고 있으면 일단 부담스럽다. 모든 게 자기중심적이고 본인이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되고 그래서 같이 일하기가 불편하다. 비언어적인 것에서도 많이 묻어나기 때문에 힘주고 있는 사람은 자만할 경우가 다분하여 꺼려할 수밖에 없다. 일의 성사는 결국 사람을 통해서 되는 것이다. 힘을 잔뜩 주고 있으면 스스로 실행을 개시하지 못할뿐더러 타인과의 협업도 소음이 발생하게 된다.
힘을 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니 움켜쥔 손을 펴고 그동안 해봐야지 생각만 하던 일을 머릿속에서 꺼내어 이까짓꺼 뭐라고 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 보자. 그리고 힘을 빼다 보면 응원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씩 모이게 된다. 왜냐하면 담백함에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