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정
에이전시에서 G/UI 디자이너로 4년 8개월을 일했다. 업무는 늘 '대신하는' 느낌이었고 말로는 우리 거 한다는 마음으로 하자 라지만 애초에 일의 형태가 '대행'이다. 이 일은 빠른 속도로 많은 클라이언트를 경험할 수 있지만 짧고 가볍게 지나가기 때문에 개인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쌓기 어렵다.
이직을 두 번 했는데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마다 작업물의 포인트를 찾으려고 애를 먹었다. 성과가 뚜렷했다면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으리라. 대행의 역할은 정해진 범위가 있어서 그 이상을 하지 못했다. 물론 프로젝트의 성격과 포지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이랬다.
요청 1
"오픈한 지 2년이 지나서 뭔가 디자인이 질렸어요. 표지만 바꾼다 생각하고 작업해주세요."
요청 2
"작년에 진행한 이벤트인데 이번 해에도 같은 걸 하니까 포스터에 텍스트만 바꿔주세요. 아참, 이건 많이 디자인이 바뀌는 게 아니니까 서비스로 가능하죠?"
이렇게 내 작업은 만들고 사라지고, 또 만들고 사라짐을 반복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도태되는 기분과 성장의 필요성을 느꼈고 직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을 잘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ㄴ 더 많이 성장하려면 경계가 없는 일이 좋겠지.
ㄴ 경계가 없어도 체계는 있었으면 좋겠다.
ㄴ 기왕이면 쌓아온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
하나의 제품을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개선하며 성장을 목표로 하는 일을 한다. 이전의 커리어를 토대로 삼아 UX 역량을 보충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업무 범위이며, 성과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면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야겠지.
이전의 포트폴리오 표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를 표현할 새로운 표지는 이렇다.
내 디자인 신념은 '심플 이즈 베스트'이며 거기에 더해 '모든 일엔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프로세스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해봤다. 이것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제품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파악해야 한다. 사용자의 고충을 이해하고(느끼고), 공감해야 한다. 일의 첫번째 단계로 그런 무형의 것들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피지기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았으면 다음으로 나를 알아야 한다.
제품의 구조를 파악한다는 의미이며 기존의 구조를 파악해야 필요한 것과 버릴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파악하고 제품의 구조를 쪼개었으니 여기서 더하거나 빼서 올바른 방향으로 재배치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설계하여 마무리한다.
플로우가 마무리 되면 또 다시 제품의 느낌을 확인하고 feel - floor - flow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을 반복해 나가면 더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