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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매거진 Aug 19. 2020

기획자가 내 맘대로 '괜찮은' 서비스를 골라봤다 (2)

어쩌다 매거진 - 서비스 기획자 편

Q. 최근에 스스로 사용한 적이 있거나, 우연히 알게 된 웹/앱 서비스 중에 마음에 들었던 서비스가 있나요? '괜찮네!' 싶었던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배달의민족 B마트


식료품 배송이라는 1인가구의 수호성인

닉네임과 달리 요리가 취미인지라, 처음 마켓컬리가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필수야채의 소포장, 다양한 산지의 올리브오일과 샤퀴테리를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해준다니, 말 그대로 새벽별 같았다.


매장 가는 건 원래도 귀찮았는데, 박스 뜯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네…

그러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리듯, 하루의 유일한 행복이었던 컬리박스가 어느 날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택배가 나보다 부지런한 게 마뜩잖았다. 출근준비로도 하루의 시작이 싫어 죽겠는데 아침에 문을 열면 일순위로 처리해야 할 박스가 있다. 상온, 냉장, 냉동 이렇게 세 가지의 상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면 박스도 세 개가 온다. 좁아터진 현관은 재활용센터가 됐다.


배달 세계관 최강자 봉다리


그러던 와중, 이 배너를 보고야 만 것이다. B마트 이전에도 요기요 등이 편의점과 제휴를 맺어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으나, 1) 편의점 상품구색과 가격경쟁력의 한계 2) 저렴하지 않은 배송비(3~4000원)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3) 일부 마트들 역시 온라인 배송을 지원하지만, 매끄럽지 않을 것이 분명할 서비스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장에 배달의민족이 깃발을 세게 꽂았다. 이런저런 배너광고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토바이 뒤에 매달린 “봉다리”였다. 홀린 듯이 주문해봤다.

 

B마트, 박스는 없고 상품은 괜찮다

첫째, 이미 언급했듯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택배상자 없는 신선식품 배송이었다. 각 서비스에서 상온, 냉장, 냉동 제품을 주문한 결과다. 사진으로 설명을 갈음한다. (왼쪽은 한손으로 뭉칠 수도 있다!)

둘째, 1시간 내 배송과 인심 좋은 최소주문금액. 내일 메뉴를 생각하고 주문해야 하는 기존 배송과는 달리, B마트 배달은 “위급상황” 대처가 가능하다. 가령, 떡볶이 좀 만들려고 했는데 마지막 남아있던 대파에 곰팡이가 펴 버렸다. 이전 같으면 눈물 흘리면서 포기해야 했는데(재앙이다. 백종원도 떡볶이에 파는 꼭 있어야 된다고 했다), 이제는 1인용 대파 (1,190원)에 언젠가 굶주린 밤에 필요할 냉동 닭가슴살도 두 어 개만 집으면 최소주문금액 5,000원을 채울 수 있다.


셋째, 상품구색이 기대 이상으로 괜찮다. 편의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고, 정육은 일부 SSM과 비교했을 때도 밀리지 않는다. 소포장과 밀키트 면에서 우월하지만, 수산 쪽은 갈 길이 멀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마트를 판별하는 기준을 “프레시 허브(이탈리안 파슬리 등)를 구비하고 있는가”로 두고 있는데, 일단 분당점은 이 레벨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넷째, 배달 업력이 주는 안정감. B마트 장바구니가 별도로 있는 건 약간 어색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주문 과정은 음식 주문 때와 같다. 앱에서는 라이더의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고, “지금 받기” 외 시간대를 지정해서 수령할 수도 있다. 이륜차 좀 몰아본 회사답게 창고는 이면도로를 끼고 위치해 있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면

우선 배달팁을 유심히 보게 된다. 프로모션 기간임을 배제한다면, 주문금액 2만원부터 무료배송이고 1만원 이상은 1500원, 5천원 이상은 2500원이다. 음식 배달료보다 대체로 저렴한 수준이다. 우선 음식배달과 달리 라이더의 대기 시간이 없는 것이 배달 회전율을 높여준다. B마트에는 직원이 상주하며 주문들을 미리 봉지 단위로 포장해둔다. 또, B마트 주문 분포는 식사시간에 몰리는 배달음식에 비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을 것이다. 즉, 배민 입장에서는 라이더를 꾸준히 운용할 수 있으며, 배달비용 피크타임에 대한 부담도 낮다.


다만 직매입 구조로 운영하기에, 광고가 붙을 정도로 성장하지 않는 이상 배민 입장에서의 마진은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배민찬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신선식품에 대한 상처도 있지만, 한정된 카테고리였던 “반찬”에서 공산품까지 포괄하는 “마트”로의 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한끼세트”, “추천 봉다리”는 배민다운 트윅이지만 아직까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마켓컬리나 쿠팡만한 소싱 능력도 아직은 부족해보이지만, “먹는 일”에 집중하는 본업이 있다는 점에서 소형 창고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쿠팡프레시 정도까지는 올라와주길 바라고 있다. 주변 소형마트 및 편의점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자연스레 규제의 손길이 미칠 텐데, 배민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전 포인트겠다. 허브류 좀 팔아주시고요. 




글쓴이 정크푸드

검색 광고 기획 / 2년차

사람의 마음보다는 강아지의 낮잠을 좋아합니다만 고객님의 비용은 제 재산처럼 귀중하게 관리하겠읍니다.

필명을 저렇게 지은 이유는 가끔 생각나는


어쩌다 매거진 - 서비스 기획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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