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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매거진 Aug 24. 2020

기획자가 내 맘대로 '괜찮은' 서비스를 골라봤다 (3)

어쩌다 매거진 - 서비스 기획자 편

Q. 최근에 스스로 사용한 적이 있거나, 우연히 알게 된 웹/앱 서비스 중에 마음에 들었던 서비스가 있나요? '괜찮네!' 싶었던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KREAM



질문을 받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정지은 서비스는 'KREAM'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출시한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데, 궁금함에 들어갔다가 꽤나 인상 깊어서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KREAM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KICKS RULE EVERYTHING AROUND ME'의 약자다. 의역하면, 신발이 제일 중요하다는 뜻인데 그만큼 신발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하나, 시장 사이즈를 확실하게 포착했고 확장 가능성이 크다. 


신발 거래라고 하면 다 헌 신발을 누가 거래하냐 싶겠지만, KREAM에서 거래하는 신발은 '그냥 신발'이 아닌 '한정판 신발'들이다. 에어조던으로 대표되는 농구화는 예전부터 마니아들의 인기를 탔고, 예전 모델은 실제 당시 거래가의 몇 배를 호가하며 판매되기도 했다. 


이제는 에어조던뿐 아니라, 수많은 한정판 신발들을 내며 소비자들에게 랜덤으로 판매하는 것이 또 하나의 시장이 되어버렸는데, 랩 스타 칸예 웨스트가 디자인한 YeezyxAdidas, TravisScottxNike와 같은 프리미엄 라인들은 그 이름 하나로 프리미엄 제품이 되며 소비자들에게 명품의 가치를 누리고 있다. 당연히 한정판이고, 이런 트렌드를 놓칠 리 없는 명품 회사들 마저도 젊은 층을 타겟팅하기 위해 DiorxNike와 같은 기상천외한 콜라보를 선보이는 판이니, 그 시장 규모가 작지만은 않다. 


시장이 있으면 참여자도 있는 법. MZ 세대라고 불리는 밀레니얼과 Z세대(1995~2004년생)들은 시장에 참여해 리셀 하는 문화가 마니아를 넘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으로 인해 값이 떨어지는 일반 중고거래와 달리 한정판 제품을 '줄 서서' 구매하고, 더 웃돈을 얹어서 파는 셀링 시장이 발생했다. 전 세계 리셀 시장의 규모는 약 48조 원이니,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큰 시장이지만, 메이저 플레이어가 없는 이 시장. 대부분의 중고 거래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기존 오프라인 신발 유통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은 '중고나라' 혹은 '당근 마켓'과 같은 거래 플랫폼에 의해 주먹구구로 거래됐고, 이 시장을 정리하기 위해 나선 서비스가 KREAM. 빠르고 어자일하게 앱을 론칭했고,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리셀은 '신발'을 넘어, '한정판'제품들로 확장될 트렌드가 보이기 때문에, 신발에서 시작했지만, 명품 한정판 시계 리셀은 물론 스타벅스 서머 백 리셀과 같은 카테고리로 대중성 있게 확장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빠르게 시장을 포착하고, 사업 가능성을 보고 움직인 점에서 많이 놀랐다. 


둘, 시장 참여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너무나 깔끔하게 해결했다. 


시장 사이즈는 위에서 말한 바대로 작지 않다. 그렇다면 시장이 이미 있는데 KREAM이 등장해서 밸류를 애드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 KREAM은 두 가지로 시장에 가치를 창출한다. 하나는, '안전한 거래'. 또 하나는 '정보의 공유'다. 


리셀 제품들은 프리미엄 라인이기 때문에 가격이 평균적으로 3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데, 이로 인해 가품을 구매하거나 제품의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손상 등) 당황할 여지가 크다. 


중고 거래이지만, 가격대가 높아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이에 대한 완전한 보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불편을 겪고 있는 문제였을 것. 

KREAM은 제품 검수부터, 거래와 정산까지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중고 사기의 과정을 시스템으로 보완했고, 이 덕에 소비자들은 중간에 '검수자'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SK엔카와 같은 서비스인데, 중고차 시장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중고차 딜러들이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가격'으로 덤터기를 씌우는 과정을 없애주기 위해 '엔카 중고차 보증'과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KREAM은 단순히 시장을 잘 파악했다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합리적으로 풀어주었다는 것에도 인상 깊었다. 물론 당연한 서비스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기분 좋게 풀어내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이 인상 깊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 하나는 정보의 공유다. KREAM 앱 내에서는 기존 제품의 거래는 물론 앞으로 나올 제품들과 트렌디한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섹션을 따로 갖고 있는데, 이는 '신발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 = 마니아'라는 페르소나를 잘 활용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전환하는 시도다. 


중고 거래 플랫폼과, 커뮤니티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플랫폼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고, 거래가 성사되면 플랫폼을 떠나 리텐션이 낮다. 반면, 콘텐츠가 있고 커뮤니티가 된다면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에 계속 리텐션이 되고, 이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KREAM이 제공하고 있는 또 하나의 밸류 애드. 


셋, 해외에 있는 서비스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했고,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사실, KREAM에 있는 거래 서비스, UI는 KREAM이 처음으로 개발하지는 않았다. 마치 주식 거래창을 연상시키는 위 사진은 해외 신발 거래 앱 (https://stockx.com/))에서 캡처한 사진인데, 신발 거래가 어떤 가격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팔고자 하는 사람들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호가를 매칭 시켜 주식거래창과 같은 방식으로 직관적으로 시도했다. 

KREAM에서도 관심 있는 신발을 검색하면 위 창과 유사한 주가 거래 UI를 볼 수 있는데, 남들은 '카피'라고 하겠지만, 빠르게 해외의 성공 사례를 리서치하고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에 적용한 어질리티가 인상 깊은 또 하나의 포인트였다. 


이미 한국에는 해외에서 성공(혹은 유명) 하지만, 한국에 공식 론칭되지 않은 서비스들을 해킹해서 가져온 비즈니스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매트리스 판매 업체 CASPER와 삼분의일(1/3)이다. 

무조건 해외 사례를 가져온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 혼자 사는 젊은 가구가 많고(가족과 독립해서 사는 문화), 한국의 경우 서울로 상경해 대학을 다니거나 회사에 다니는 젊은 가구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1인 가구의 증가를 노려 가성비 좋은 매트리스 시장을 노리고 있다. 


무조건 가져오는 게 의미 있지는 않지만, 트렌드를 파악하고 유사한 서비스가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이해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빠르게 시장을 이해하고, 로컬 시장에 맞게끔 피보팅하는 비즈니스를 보면 항상 그 속도에 놀라는데, 이번 경우는 KREAM이 그랬다. 


정리하면

세 가지 이유로 재미있는 서비스에 대해서 관찰했고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았다. 물론 사람마다 인상 깊은 서비스의 기준이 다를 것이리라. 누구는 비즈니스 구조가 좋은 서비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서비스, 혹은 UI/UX 경험이 좋은 서비스, 혹은 '정말로 경험이 별로라 다시는 쓰고 싶지 않은 서비스'가 있을지도. 


나의 경우는 KREAM 이었다. 계속적으로 서비스들을 관찰하며, 서로 다른 사례와 엮어보고, 시장에 대해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서비스를 작게나마 내놓아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올까?


* 8월 1일 글 수정

- 8얼 1일,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았다. 추가적으로 더 많은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중.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447047?fbclid=IwAR04MDzCV20LQSy49D0Z4YaX7iv3brwCasbF3KT7ey8tCONMRf5S-4_vO64




글쓴이 비즈카페

직무는 비밀 / 2년차

까페를 좋아하고,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즈니스랑 까페를 조합하니 비즈까페가 되더군요. 중고나라 같은 이름이지만, 아무쪼록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쩌다 매거진 - 서비스 기획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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