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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Aug 21. 2019

납량특집? 스마트폰 중독 (2)

귀신보다 무서운 스마트폰 이야기

팝콘 브레인


극장에서 팝콘을 먹을 때와 안 먹을 때의 차이는 뭘까?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팝콘을 안 먹어보니, 주변의 팝콘 씹는 소리와 냄새로 영화 집중이 힘들었다. 그런데 팝콘을 먹으면 다른 사람들이 먹는 소리가 신기하게 안 들렸다. 단 여기서 말하는 팝콘은 그 팝콘이 아니다.


네덜란드 정형외과 의사인 피에트 반룬 박사팀이 디스크와 척추측만증을 앓는 8~18세 연령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최근 어린이 척추 환자 수가 아동 노동이 일반적이었던 100여 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신체적으로 스마트폰을 할 때, 몸이 받는 피로도는 비좁은 공장에서 웅크리고 앉아 장시간 노동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주변 의사들에게 수소문을 해보니 요즘 병원들 중에서 정형외과가 특히나 괜찮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추산한 스마트폰 중독자는 200만 명~300만 명이다. 당연히 10-20 연령대가 30-40 연령대보다 높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세 미만 어린이 목 디스크 환자수가 2008년 이후로 매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08년은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기념비적인 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작은 모니터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면 눈 깜박임이 적어져 안구 표면이 마른다. 건성안이 지속되면 각막 손상이 올 수 있고 시력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 눈 주변의 살이 떨리고 시력이 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눈에 문제가 생기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스마트폰 사용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데, 그게 뭐 큰일일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두뇌발달 정리


스마트폰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뇌의 특성을 좀 알아야 한다. 막간 생물(요즘은 생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공부를 좀 해보자. 우리 두뇌는 몇 살이면 뇌신경 기초 회로가 완성될까?      


3살이면 기초 세팅이 끝난다. 생각보다 빠르다. 그리고 6세가 되면 아이의 뇌 크기는 성인의 90%에 이른다. 어릴 때 ‘혹시 우리 아이가 천재 아닐까?’라고 한 번쯤은 생각이 들었던 이유도 이 시기에 뇌세포가 다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신체의 발달 속도와 뇌의 발달 속도가 비례하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배운다는 표현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 듯이 몸으로 흡수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자전거, 수영, 노래, 춤, 글쓰기, 공부, 인사, 뭐든지 어릴 때 하면 학습 효율이 좋다. 이때 배운 내용은 거의 '세뇌'수준으로 뇌에 기억된다. 모태신앙,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이후부터 청소년기까지는 뇌의 어떤 부분은 연결이 촘촘해지고 어떤 부분은 퇴화되는지 결정되는 시기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뇌의 특성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자극이 들어오는 부위는 계속 활성화되고, 자극이 들어오지 않는 부위는 퇴화된다. 둘째, 한 번 정해진 뇌세포는 잘 변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스마트폰과 뇌의 영향에 관해서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면 이 말을 기억하자. 


어릴 때 한 번 세팅된 뇌의 회로는 평생 간다. 


어릴 때 들었던 노래 가사가 잊히지 않는 이유이다. 이는 생존을 위한 인간의 진화 방향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 아이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유아기부터 사춘기까지는 전두엽의 뇌세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다. 앞에서 확인했듯이 전두엽은 사고력, 창의력, 판단력, 자제력 등 인간이 뭔가를 배우는 과정을 관장하는 부위다.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감정을 잘 조절하고 정서가 안정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도 깊다. 동물에는 전두엽이 없다. 


바꿔 말하면 사람인데 전두엽이 활성화되지 않는 사람은 짐승에 가깝다.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말라’ 이런 책도 있다. 몸은 사람이지만 뇌는 짐승에 가까우면 같이 지내기 어렵다. 당연히 그런 사람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전두엽 발달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 이제 다시 우리 아이를 보자. 부모님을 귀찮게 조르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얌전해진다.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얌전하게 보고 있는 아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자. 이제는 아이의 뇌 속에서 스마트폰과 관련된 뇌신경 세포들만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깐.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 관련된 뇌신경 회로는 전두엽이 아니라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뇌의 후두엽에서 관장한다. (그래서 복싱에서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 반칙이다. 뒤통수에 충격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할 때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며 그에 따라 아이들의 손가락 터치도 빠르다. 전두엽까지 신호를 보낼 여유가 없다. 후두엽에서 바로 운동신경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즉 스마트폰을 하는 동안은 전두엽의 신경회로가 생기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들이 이제 10살 전후의 아이들이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를 살아낸 세대가 없었다. 연구들을 종합해본 결과 이 아이들의 뇌구조는 이전 세대의 뇌구조와는 확연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서부터 강한 자극에 노출되다 보니 그만큼의 강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다른 놀이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즉 후두부의 뇌신경 회로만 잔뜩 연결되어 있고, 깊게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창의적으로 뭔가 시도하고, 힘든 걸 참아내는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회로는 다 퇴화되었다. 아까 앞에서 말했지만 어릴 때 한 번 세팅된 뇌구조는 평생 간다. 섬뜩한 얘기다.      


이렇게 전두엽은 죽어있고 후두엽만 잔뜩 발달해서 시간이 갈수록 더 즉각적인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화려한 것만 추구하는 뇌를 연구자들은 ‘팝콘 브레인’이라고 명명했다.         

 

팝콘 브레인 -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것에는 반응하지만 느리게 변화하는 실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 뇌

  

팝콘처럼 순간적으로 요란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지인들로부터 아침부터 멍하게 앉아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담센터에서의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가 양육자와 정서적인 교류를 하며 자유롭게 놀아야 할 시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할수록 말을 더듬고, 쉽게 흥분하여 손짓과 몸짓이 과해지고 주의가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스마트폰을 접하는 연령대가 더 낮아질수록 팝콘 브레인을 가진 아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는 흰 바탕에 글씨가 쓰인 교과서나 일반 서적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당연히 내용을 이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뇌 속에 스마트폰에 관한 시냅스만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갑자기 책을 읽으라고 해도 아이가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이 먹고 공부하는 것이 힘든 이유도 뇌에 없는 공부 회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뇌의 회로를 만드는 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데 이를 참고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과거에 뇌의 공부 회로를 만들어 놨으면 나이 먹고 다시 해도 힘들지만, 그래도 어릴 적 공부를 안 했던 사람보다는 수월하다.


더욱이 자제력, 인내심, 끈기, 동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뇌의 공부 회로가 생길 때까지 참고 이겨낼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이쯤에서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스마트폰 사용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아까 들었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스마트폰이 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알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동안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판단, 학습을 하기 위한 핵심 기능들이 손상되고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뇌가 받는 피해는 치명적이며 그 피해는 반영구적이다


아이가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아이들에게도 이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만약 아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나이라면, 아이의 뇌는 부모님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렵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내린 선택과 자신의 의견에 부합하는 증거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바꿔 말하면 본인의 삶의 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온 연구는 믿지 않는다. 이는 내면의 갈등을 회피하려는 뇌의 본성으로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관점을 가진 사람만 주변에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평소에 게임을 즐겨하는 부모님은 게임을 많이 하면 아이가 학교에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공간 지각 능력을 길러준다는 연구를 더 선호한다. 반대로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부모님은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올려 준다는 연구 결과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원인이 비디오 게임이라는 연구 결과를 더 선호한다.


이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글도 정말 읽어야 되는 사람은 읽지 않을 것이다. 보면 당장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글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을 것 같다.) 정신과 의사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로 와야 되는 사람은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이 글을 읽고 경각심을 느끼는 사람은 그래도 앞으로 나아질 희망이 있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만일 우리 아이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교실에서 우리 아이의 행동이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도덕성이 떨어지며, 학습능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모습이 이상해서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냥 개인차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6년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실태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얼마나 될까? 


4시간 47분 정도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수면 8시간, 학교에서 8시간, 식사 및 이동 3시간을 빼면 아이들의 자유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결국 이 모든 시간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니 사실 실제 이용시간은 그 이상일 것이다.

     

많은 연구들을 종합해본 결과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의 뇌의 기능과 정상적인 뇌를 비교했을 때 1/5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무서운 것은 뇌 손상이나 인지능력 저하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서서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심각성을 당장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사실 중독은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일어나는 만성적인 문제다. 끓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작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인생을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물론 신체적인 피해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더 끔찍하다. 의학적으로 중독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질병이다. 질병은 한시라도 빨리 치료해야 한다.



교육용 앱


교육용 앱은 어떨까? 노는 것보다 그거라도 보는 게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은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스마트폰 영상이나 웹툰은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는데...


평소에는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손에 쥐어주면 몇 시간 꿈쩍하지 않고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학계에서 ADHD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가 스마트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집중하는 우리 아이의 집중력도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 공부는 집중력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집중을 잘한다는 말이다. 집중하고 있는 인간의 몸에는 미동이 없거나 굉장히 정적이다. 그런데 집중할 때 뇌에 있는 세포가 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느라 머릿속은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반대로 몸을 산만하게 움직이면 머릿속은 별 다른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래 두 가지 상황을 보고 차이를 생각해보자.     


1. 민서는 국어 책을 열심히 읽고 정리하고 요약해서 외우고 있다. 하기 싫어 죽겠는데 내일이 시험이라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민서는 집중해서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요약정리를 하고 있다.


2. 서연이는 조별 과제를 제출하려고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갑자기 실검 1위 송혜교 송중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뇌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손이 먼저 클릭을 했습니다. 손은 뇌보다 빠르다. 그리고 넋이 나간채로 기사를 읽고 있다. 조별 과제는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 두 집중력의 차이가 뭘까?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스마트폰과 집중력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자발적 주의와 비자발적 주의 


35년 이상 집중력을 연구해 온 루시 조 팰러디노 박사에 따르면 집중력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자발적인 집중력 vs. 비자발적인 집중력      


자발적 주의는 주의력을 조절할 줄 안다는 의미다. 주의력을 조절한다는 것은 자기 통제력, 만족 지연 능력,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비자발 주의는 당사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인터넷의 현란한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는 현상이다. 이렇게 비자발 주의력을 많이 빼앗기면 디지털 화면이 제공하는 자극만큼 강렬하지 못한 현실에서는 머리가 멍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각종 교육용 비디오를 포함하여 장시간 영상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동들에게서 자폐성향, 언어발달 지연, 조절장애, 공격적 행동 등 후천성 ADHD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은 비자발적 집중력이 활성화되는 것이고 이는 학업과 관련된 자발적인 집중력과는 전혀 다른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자발적 주의는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것이고, 비자발 주의가 주변의 어떤 정보에 관심을 빼앗기는 것이다. 비자발 주의는 다른 말로 ‘낚인다’고 하는데, 이 비자발 주의는 겉으로 보기에는 집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다르다. 카톡, 동영상, 웹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면 학습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던 옛 어른들의 혜안이 놀랍다.)


그러면 교육용 앱이 교육적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인가? 그래도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설명을 들으면 지식이 쌓이지 않을까?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인터넷을 활용하고 한쪽은 도서관을 활용해서 과제를 하도록 했다. 제출한 과제로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인터넷과 프린터로 과제를 한 학생들은 질문의 12% 정도 대답했다. 책을 보면서 노트에 필기를 해서 숙제를 한 학생들은 질문에 75% 정도 대답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프린터로 숙제를 했기 때문에 빠르고 쉽고 편했다. 그런데 문제는 학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 결과 교육용 앱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더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상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아무리 교육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뇌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적인 화면에 학습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압도당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효과를 기대하려면 인강을 보면서 노트 정리를 함께 해야 한다. 


요즘 초등학교에서 글은 잘 읽지만 읽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읽지만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학업 성취도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서울 시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과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 중 32.6%는 단어가 어려워서라고 답했고, 25.6%는 문장 표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교과서가 어렵다는 이유는 글을 읽는 능력의 핵심인 단어와 문장의 추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하다 보면 글자를 읽고 내용을 곱씹어보는 시냅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험은 결국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실제 종이로 보니 시험 성적도 좋을 리 없다. 이런 아이들을 뇌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의지력 부족이라기보다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뇌세포가 만들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교육용 앱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교육용 앱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교육용 앱의 목표가 학습자의 균형 잡힌 두뇌 발달일까? 아니면 화려한 자극을 통해서 학습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앱을 보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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