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평 대비 시크릿 학습법
개학이 연기되면서 덩달아 3월 모의고사도 4월로 연기되었다. 수능도 연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일단 수능은 여름방학 이후라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뜻하지 않은 3주 방학을 선물 받은 아이들만 신이 났다. 더군다나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집에서 하루 종일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집집마다 스마트폰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부모님들은 하루 종일 아이들이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고1, 고2 들도 그렇지만 올해 시험을 봐서 대학을 가야 하는 고3들이 사실은 큰 문제다.
개인적으로 고3 학생들에게 학교나 학원을 안 간다고, 주변에 친구들도 다 논다고 방심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
"너의 경쟁상대는 PC방에 있는 애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기숙학원에서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재수생이다."
이렇게 말해주면, 순간 아이들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러면 3주 동안 집에서 4월 2일 모의고사를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사실 영어의 경우 모의고사를 대비하기 힘들다. 범위가 없으니 어휘력, 독해력, 사고력으로 정면승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어 학습의 전환점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서 한 가지 방법 소개하고자 한다. 일명 ‘시크릿 학습법’이다.
먼저 모의고사를 시간 재고 풀려본다. 영어 모의고사 시험 시간은 70분인데 70분으로 푸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프로는 마킹 시간을 고려해서 65분으로 푼다.
중위권은 해당 학년 작년 3월 모평, 상위권은 한 학년 위에 3월 모평이 적절하다. 중학생 중에서 도전의식이 있는 학생은 고1 3월 모의고사를 풀어 보자.
아이들이 풀고 나서 채점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이 포인트다! 아이들이 점수를 알려달라고 애원해도 절대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름이 시크릿 학습법이다.)
채점한 결과를 부모님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모의고사의 모르는 단어를 모두 찾아서 외워본 다음 다시 문제를 풀려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약간의 호기심과 궁금증, 도전 의식을 보인다. (단순한 녀석들.. 크크크~)
오늘 모의고사를 풀고 다음 날 단어를 외우고 그 다음날 다시 풀어도 괜찮다. 모르는 단어를 외우는 과정에서 어휘력도 좋아진다. 모의고사의 경우 매번 비슷한 주제와 표현이 반복되니 한 회분 단어를 다 외우면 이후 모의고사에서 꽤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시 채점을 해보자. 결과는 대략 3가지 방향으로 나올 것이다.
1) 대략 80% 아이들의 점수가 상승한다. 단어를 외워서 점수가 올랐다면 아이들 단어 암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리 단어 암기가 중요하다고 말해도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이후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2) 대략 20% 아이들의 점수가 비슷하다. 이럴 경우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약간 복잡하다. 단어를 외워도 독해력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아이의 단어뿐만 아니라 독해력도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단어만 암기시킨다고 모평/수능을 잘 볼 수 없다. 영어는 해석이 되는 순간 모국어의 논리/추론/분석 능력으로 넘어간다. 고2 모의고사 1~2문제, 고3 모의고사 4~5문제 정도를 제외하면 고등학교 상식으로 대부분 해결 가능하다.
독해력이 부족하면 단어를 외워도 절대평가이지만 수능에서 1~2등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래 1~2등급 퍼센트를 보면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에서 3등급 이하의 결과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 1등급 7.43% / 2등급 16.25%
2019년 1등급 5.3% / 2등급 14.34%
2018년 1등급 10% / 2등급 19.65
3) 만약 점수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면, 공부할수록 성적이 떨어진다는 기묘한 논리에 아이들이 공부를 기피할 근거가 생긴다. 지금까지 이런 아이는 못 만났지만, 혹시나 이런 결과가 나오면 아이에게 결과를 보여주지 말자. 장난이었다고 시험지를 불태우자.
끝으로 시험장에만 가면 유독 영어 점수가 떨어진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유는 집중력 부족 때문이다. 평소에 집중력이 쌩쌩할 때 영어 문제를 푸는 것과 실전에서 국어/수학을 혼신의 힘을 다해 풀고 밥 먹고 영어를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평균적으로 1등급은 떨어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늘 2시간 정도 다른 공부를 시키고 마지막에 지쳤을 때 모의고사 시험지를 내민다. 아이들은 눈이 퀭해지지만 경험상 차츰 적응한다. 유독 시험장에서 트라우마가 큰 학생들은 실전 훈련을 자주 시켜서 긴장감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프로 축구팀의 새 감독이 어떤 팀에 부임했는데, 그 팀은 유독 어웨이 경기를 갈 때마다 성적이 부진했다. 팀을 맡은 감독의 솔루션은 선수들이 연습할 때마다 상대방의 응원가를 틀어 놓고, 경기장에 알바생을 고용해 계속 야유 소리를 들려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나중에는 선수들이 야유 소리가 없으면 힘이 안 난다고 푸념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물론 어웨이 경기도 홈경기만큼이나 경기력이 좋아졌다.
“너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도대체 이렇게 쉬운 문제를 왜 틀리는 거야?! 문제를 잘 봐봐. 문제 속에 답이 있잖아!”
“그동안 너한테 투자한 영어 학원비가 얼만데.. 뭐 72점? 이번 시험에 80점 못 넘으면 각오해!”
이렇게 말하는 것은 금물이다. 압박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게 본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험의 성공은 100점이 아니라 풀 수 있는 문제를 다 풀었다면 성공이다.
시험은 특히 모의고사는 공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 설정의 기회이다. 너무 큰 긴장과 압박을 주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번 기회에 '시크릿 학습법'으로 영어 모의고사 학습의 전환점이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