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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CAEL Jan 26. 2023

그럴 수 있지~

복세편살을 실천하는 길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처음엔 뭐 이런 것까지 줄여말하냐 했지만 적응되니 나름 사자성어 같은 느낌이다.


복세편살은 어떻게 실천해야 되는 걸까. 복잡한 세상이야 내가 어찌할 수 없고, 편하게 사는 건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달린 것일 텐데..

늘 이 고민을 달고 살았다.

감정이 예민하고 감성적인 성격이라 늘 주변 사람들의 감정변화를 신경 쓰고,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떤 계기였는 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대 초반이었나 주변에 '그럴 수 있지'라는 문장을 입버릇처럼 하는 친구가 있었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럴 수 있지.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그럴 수 있지.

친구끼리 갈등이 생겨도 그럴 수 있지.

세상 모든 이슈들이 그럴 수 있지 다섯 글자면 해결이 되었다. 


그런 친구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나도 그럴 수 있지를 습관처럼 내뱉게 되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사소하게만 느껴지고 예전처럼 그 일에 신경 쓰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문장이지만, 언젠가 한번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은 단순히 마음을 잠재우기 위한 주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이해의 자세임을 깨달았다.


갈등이 생긴 타인과의 대화에서 그럴 수 있지는 당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결과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고, 약속시간에 많이 늦은 친구에게 하는 그럴 수 있지는 나는 모를 수 있는 너의 사유로 다행히 너와의 만남 이후에 중요한 일이 없는 오늘의 일정에 늦을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에게 생긴 좋지 않은 일, 예를 들어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그럴 수 있지는 면접의 결과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과 대표의 재량이기에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로의 말이다.


과거의 난 감정과 말이 하나의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감정의 표현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고, 스스로 그것을 매우 불편해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지를 습관화 한 이후로는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해 보며 내가 집중해야 할 것과 사소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내가 하도 그럴 수 있지를 남발하는 바람에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호소했지만 난 아쉽게도 그만둘 생각이 없다.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바꾸고 싶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면 오늘부터 5글자의 주문을 스스로에게 주입시키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들이 다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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