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를 냈다.
보통 반차를 내면 점심을 먹지 않고 13시에 퇴근을 한다.
하지만 점심을 먹어서 14시에 퇴근을 했다. 그리고 차를 몰아 서대문역을 지나 인왕산 뒷자락에서 내부순환로를 타고 북부간선도로로 갈아탔다.
너무 오랜만에 타는 길이라 어떤 차선의 흐름이 좋은지 잘 몰랐다.
막히고 막혀서 어느 순간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친구가 일하는 의정부의 어느 주민센터에 주차를 하고 친구에게 가족사(요즘 우리 집에 아픈 사람이 많아서 상담이 필요하다)에 대해 조언을 듣고 동네를 서성거렸다.
이 날 의정부에 온 목적은 19시에 있을 아우야요그림책 <Muah, muah!>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었다. 퇴근하고 오면 19시에 맞추지 못할 듯싶어 반차를 낸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와서 시간이 3시간이나 남았다. 동네 공원 산책을 할까? 옆에 사우나를 갈까? 카페에 앉아 OTT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선택했다.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편하지 않아서인지 영화를 보다가 화면을 껐다.
그 때 카페창밖에 노란 봉고가 지나갔다. 갑자기 옛 동료가 생각이 났다.
전화를 했다.
벨이 울리는가 싶더니 반갑게 맞이해 주는 놈!
놈은 노란 봉고를 운전했다. 가족끼리 하는 피아노 학원의 부원장이다.
같이 근무하던 시절 놈은 나에게 치킨과 소주로 피아노학원 로고를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난 소주 한잔 더하기 참치 한 접시 더 추가하고 로고를 그려주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로고를 쓰고 있다.
학원에 들러 원장님과 인사하고 좋은 모습에 행복했다.
19시가 되었다.
난 '로컬사무소 공공공'이라는 작업실에 도착했다. (공공공 쥔장님은 브런치에 작가님이시다. 처음 뵈었지만 바로 브런치 친구를 맺었다. ㅎㅎㅎ)
이어서 담담 글방 대표님과 부군(?), 그리고 저를 만나기 위한(일단 북토크이니 이렇게 써본다. ㅎ) 팬분들이 오셨다. 그분들과 자연스럽게 <Muah, muah!>가 만들어진 배경과 아픔과 기쁨등을 이야기하였고 <우리가 손잡으면>, <점점점> 아우야요그림책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다. <Muah, muah!> 표지를 따라 만들어진 케이크와 간단한 다과는 잔치, 파티였다!
아우야요작가는 또 기분이 좋아져서 그동안 습작한 원고 들어 다 보여주었다. 공공공작업실이 좋은 게 10여 명의 사람들이 딱 집중하기 좋고 내 집 같은 편안한 공간이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떠들듯이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아이들의 똘똘한 눈으로 내 이야기의 그림을 보고 엄마들은 빨래터에 모여 같이 빨래하듯이 대화를 했다.
엄마들은 낮에는 박물관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는 작가가 신기했는지 질문도 많았고 궁금증도 많았다.
떠들고 즐기고 신나 하고 행복해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웃었다. 저녁 10시가 되어서 장소를 떠났다.(집에는 언제 가나? ㅎ)
행복한 시간 함께 이야기 듣고 이야기 나누어주시고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