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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옹알이 Dec 14. 2021

도전을 싫어하는 저는 패배자인가요?

[퇴사일기#20] '도전'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시선

 기대했던 공모전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떨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내 글이 왜 당선되지 못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미흡했던 부분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다음 번엔 조금 더 보완해서 글을 써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당당하게 쭈그러지는 중입니다.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 것은 [퇴사일기] 덕분입니다. 퇴사 후의 삶과 지난 회사 생활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고 연재하며 일정한 글을 쓰다보니 한 번쯤은 평가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공모전에 나가서 작은 상이라도 탄다면 스스로의 가능성에 객관적인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퇴사 후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다보면 기대도 되고 두려운 마음도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역시 싫은 마음도 생깁니다. 두려운 마음과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까지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이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공모전 도전은, 잔잔한 호수에 굳이 돌을 던지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계속 떨어지고 실망하다보니 이럴 바에 아예 안 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 할 때면 언제나 결과에 대한 강박과 부담을 더 많이 느낍니다. 게다가 직장 생활 7년차에 접어들 때만 해도 제 인생의 선택지에 새로운 도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확실히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다른 삶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낯선 단어를 알아가는 것이 재밌습니다.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최대한 지금 느끼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저 지나치던 일상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이해합니다.


 도전은 분명 싫고 조금 불편한 감정도 생기는 일이지만, 덕분에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면에서 도전은 제게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인재! 회사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중 자주 거론되는 이미지가 바로 '도전 정신'입니다.

 

 저도 처음 자소서를 쓸 때 제가 얼마나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인지 포장하느라 아주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 입사 전에는 대학 입시에서 그런 포장을 했습니다.


 실은 도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싫어하는 편입니다. 안정적인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주변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좋아할리가 없죠.


 그래서인지 도전은 제게 굉장히 무겁게 다가오는 단어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계속해서 도전이 아름답다, 도전하는 삶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회는 도전하는 사람이 옳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도전을 싫어하는 저는 패배자인가요?


 저같은 패배자는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할까요? 두려운 질문을 마음 속에 묻은 채 스스로를 도전적인 사람으로 포장하며 본 면접은 괴로울 뿐입니다. 그 모습은 제가 아니니까요.


 그럼 우리 사회는 왜 도전하는 사람을 찾는 걸까요?


 도전으로 성공한 몇몇 사람들이 도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고, 신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과정을 통해 '도전하지 않는 자는 도태된다'는 이미지를 양산했기 때문입니다. 실패한 사람들은 굳이 자신의 실패담을 퍼뜨리지 않습니다.


 여러 기업에 자소서를 쓰며 인재상에 있는 '도전 정신'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마치 '도전하는 사람만이 인재다', 혹은 '도전은 긍정적인 가치다'로 정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전은 옳고 그름의 가치를 적용하여 판단할 행위가 아닙니다. 도전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용기일 뿐입니다.


 저는 도전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요구하는 도전정신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는 것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도전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도전을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필요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적당한 균형으로 이루어집니다.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고, 도전하지 않는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가장 불편한 것은 도전하는 인재가 회사에 들어갔을 때 드러납니다. 그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사회는 그들의 도전 정신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지인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회사 들어갈 땐 똑똑했던 사람이 회사를 다니면서 멍청해진다고.


기성 세대는 새로 온 신입에게 말합니다.

"신입은 싹싹해야지. "

"신입이니까 도전해봐. "

"막내는 조금 더 새로운 생각을 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존의 관습을 강요합니다.

"원래부터 막내가 하던 일이야."

"예전부터 신입은 무조건 해오던거야."

"나 때도 그랬어."


 기존의 관습에 눌려 정해진 틀 안에서 사고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날이 지속될수록 그저 적응할 뿐입니다. 신입에게 발언권이 주어진다 한들 회사는 기존의 관습과 체계의 편안함에 물들어 그들의 발언을 수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닐수록 점점 멍청해지나 봅니다.


 사람을 뽑을 때는 그렇게 새로운 생각을 가진 도전적 인재를 찾으면서, 유입되는 인물이 가져올 변화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생각을 이해할 의지가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런 우리 사회가 인재상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도전의 긍정적 이미지를 창출하고 도전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서도 유입된 인원에게 정해진 사회의 틀을 강요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과연 인재는 도전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는 그런 인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성적인 사람이 스스로를 잘못된 성격으로 치부하는 데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 큽니다. 도전에 대한 생각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선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위나 사회에서 만든 좋은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려하지 말고 있는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봐주세요. 도전을 싫어한다고 해서 실패자는 아닙니다.


 만약 이런 사실을 알고서 자소서를 쓰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스스로를 도전적인 인재로 포장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엉망진창의 포장보다 깔끔하고 자신있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내용물을 내놓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강점과 장점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포장이 무조건 내용물을 빛나게 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스스로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아니라 좌절하시는 분들은 절대 그러지마세요. 이 사회는 편협한 사고로 '도전'을 정의하고, 그런 인재를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본인만의 색깔로 자신있는 부분을 내비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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