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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요 Apr 16. 2021

[AFRO 인터뷰]#2-2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거지

앞으로 나아가는 자, 권용애와의 인터뷰 (2부)

 [AFRO 인터뷰] #2-1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거지와 이어집니다. 






꾸준히 좋아하는 것 


곽 : 영화 DVD 중에서는 뭘 제일 좋아하나?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권 : 그건 마지막 독백 장면을 좋아하는 거다. 광고 중에 그 대사가 나온 게 있었는데, 뜻도 몰랐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찾아봤는데 '위대한 독재자'였고, 이건 사야겠다 싶어서 소장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뷰티 인사이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 나온다. 블루레이와 DVD 둘 다 소장 중이다. 내용에서 차이는 없지만, 특전이 다르다. DVD가 먼저 나왔고, 그 후에 블루레이가 나왔다. 블루레이는 포토카드랑 명함을 줬다. 그래서 구매했다.


국제 앰네스티 광고 - Pens / 1:00부터 찰리 채플린의 독백을 들을 수 있다.  


곽 : 영상을 원래 좋아했나?

권 : 많이 볼 때는 일주일 동안 20여 개의 드라마를 챙겨봤다. 미드, 중드, 일드, 아침 드라마, 주말 드라마, 주중 8시, 10시 드라마. 시간 맞춰서 TV 앞에 앉아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올라왔다. 어릴 때는 투니버스, 중학교 때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때는 드라마, 그리고 대학교 때는 진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곽 : 무슨 히키코모리인가? 진짜 인간을 대학에서 만났다니. 그럼 대학 이전 친구들은 가짜 사람인가?

권 : 아니,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뮤지컬, 연극. 이런 걸 보기 시작했다. 점점 입체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2D에서 4D로. 근데 요즘엔 연극 뮤지컬은 잘 안 본다. 뭔가 귀찮아서…. 방 밖으로 나가기가…, 나가기까지가 귀찮다. 나가면 재밌다. 약속이 취소됐으면 할 때도 있지만, 나가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돌아온다.


곽 : 영상에 쏟아부은 시간이 많은 만큼, 당신 삶에 영향을 줬을 것 같다.  

권 : 음, 딱히. 그냥 인생의 즐거움 정도?


곽 : 인생의 즐거움, 중요하다. 그러면, 영상의 어떤 면이 끌리나?

권 : 언젠간 한 번은 나도 그런 스토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근데 이게 또 실행은 안되더라.


곽 : 지금 쓰면 되지 않나. (웃음) 말이 쉬운가?

권 : 말이 쉽지.


곽 : 그런데, 대학시절 당시 글 쓰는 과목들은 다 A+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 시놉 과제도 도와주었고.  

권 : 생각보다 많은 과제를 도와줬다. 스토리 만드는.


곽 : 이런 쪽으로 취직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쪽으로 취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나.

권 : 근데 고통받지 않은가. 정신적으로.


곽 : 고통받지 않는 직업은 없다. 조교 일 할 때도 스트레스받지 않았는가. 

권 : 나는 스트레스가 싫다. 스트레스 안 받을 자신 있었는데, 너무 받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서비스직은 나랑 안 맞는다. 말했다시피, 나는 약간 회피형이라서 다양한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곽 : 알바해본 적 없었나?

권 : 낫띵. 전혀. 단 한 번도 없다. 조교 할 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

 

곽 : 스물넷에 학생 외의 첫 직업을 얻은 셈이다.

권 : 부모님이 나를 아주 아껴주셨다. 그거 할 시간에 공부나 해라, 하시면서.

 

곽 : 그럼 그건 공부를 아껴주신 거 아닌가?

권 : 근데 공부를 안 했으니까. 남들은 놀라더라. 스물네 살에 처음 일해본다고 하면.





그가 축구를 좋아하는 방식



곽 : 축구도 좋아하는 걸로 안다.

권 : 사실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거다. 손흥민이 좋아서 새벽에 일어나거나 안 자고 해외축구를 챙겨본다. 뭔가 짜릿함이 있다.

 

곽 : 실제로 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권 : 근데 많이는 못해봤다. 좋아하는 애들이 별로 없다. 학과 내 축구 동아리에서는 여자 매니저만 뽑기도 했고.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신기해한다. 초·중학교 때 축구부가 있어서 그런가? 여자 축구부는 없었지만, 그 경기장에서 느끼는 열기 같은 것도 되게 좋았다.

첫 스포츠 관람은 야구였는데, 좀 안 맞았다. 축구는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야구는 짧거나 길거나 해서. 그런데, 한국에는 야구팬이 더 많다. 수원 블루윙즈 가서 축구를 봤었는데, 그때 받았던 기운들이 너무 좋았다. 대학 와서 더 좋아졌다. 아직도 기억난다. 2002년 월드컵은 사실 경기 결과는 기억나지 않지만, 빨간 옷을 입고 광장에서 응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람을 하나로 모아준다는 게 재밌다.

 

곽 : 열기와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권 : 승부의 짜릿함.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좋고, 지면 열 받는다. 욕도 하고. (웃음) 그런데,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축구는…. 나 혼자만 좋아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서서 사귀고 싶진 않다. 귀찮으니까….

 

곽 : 축구 얘기를 하는데 친해져야 하는가?

권 : 그래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곽 : 아니, 축구 좋아하는 사람한테 축구 경기할 때 말 걸면 되는 거 아닌가?

권 : 아니, 친해져야 축구 경기를 좋아하는지 알고, (경기를) 보는지 알지.

 

곽 : 그러면, 요즘에는 여자 축구팀도 많이 모집하던데 그런 곳에 참여할 생각은 없는가? 수원에도 있더라.  

권 :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싶진 않기 때문에…. 어느 팀에 들어가서 치고 싶진 않다. 회피형이 앞으로 나아가기는 참 힘들다는 걸 알아둬라.

뭔가 하긴 한다는 게 웃긴 것 같다. 그게 되게 어렵더라고. 쉰다는 게.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 쉬면서 다들 뭔갈 하는 것 같은데 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곽 : 뭘 하는 사람들도 쉴 줄 몰라서 그러는 거다.

권 : 그럼 내가 잘 쉰 건가?

 

곽 : 잘 쉬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취미를 접하지 않았는가. 뭔가 결과물이 안 보여서 그렇지.

권 : 생산적이지 못한 활동이긴 하다. 남들은 쉬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뭔가 남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은가, 쉰다 하고 뭔가 생산적인 걸 한다.

 

곽 : 그래서 한국인들이 RPG를 좋아한다. 마치 나처럼.

권 : 맞다. 게임도 부스터를 쓴다던지... 효율을 굉장히 따지는 나라다. 그래서 발전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효율을 따지는 것도, 귀찮아서 따지는 거다. 안 귀찮았으면 그냥 기다렸을 거다.

 

곽 : 쉬는데 귀찮을 게 있나?

권 : 미래가 귀찮은 거다.

 

곽 : 그래도 1년 동안 뭘 많이 했다.

권 : 등산도 했다. 뭘 많이 했다. 인터뷰하면서 뭔갈 많이 되돌아본 것 같다. 난 기록하고 그런 건 잘 못하겠어서.




시간에 쫓겼더라도 최종 결정은 내가

 

곽 : 아직 별 생각이 없다곤 하지만, 돈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권 : 생각을 안 해봤는데…. 돈이 떨어진다면…. 아, 어렵다. 뭐든 하겠지. 취직을 하지 않겠나? 뭐든. 알바를 할 수도 있고.

 

곽 :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권 : 그렇겠다. 아빠는 아직도 같이 사업하자고 한다. 대체 무슨 사업을? 하고 물으면, 용애야. 티브이를  봐라. 생생정보통을 봐라. 생활을 달인을 봐라. 뭐든 할 수 있다고 한다. 날 너무 믿는다.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못 한다.

 

곽 : 이 정도 나이면, 사업 한 번 해보고 실패하는 나이더라. 그런 점에서 해보라.

권 : 아이템이 있어야 하죠.

 

곽 : 티브이를 보라! 생생정보통 보라! 생활의 달인 보라!

권 : (웃음) 답답한 소리다.

 

곽 : 이것도 내 일 아니니까, 편한 소리다.

권 : 우리 아빠가 그런 소리 할 때마다 답답하다.

 

곽 : 편하게 생각해라. 그에게는 편한 잔소리고, 나에게는 답답한 잔소리. 하지만 사업하는 건 추천한다. 빨리 날 고용해라. 당신의 발 닦개가 되겠다.

권 : 일단, 언젠가는. 당신을 신발 닦이로 두겠다. 돈 많이 주겠다.

 

곽 : 진짜 고맙다. 돈 많이 주면, 골방에 갇혀서 하루에 백 켤레도 닦는다. 혓바닥으로도 닦겠다.

권 :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된다.

 

곽 : 고민하다가, 시간이 흘러 흘러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지 않았냐. 그럴 때면, 그 선택이 후회된 적은 없었나? 더 나은 선택이라던가 빨리 선택할 걸 하는.

권 : 내가 이미 늦었기 때문에, 내 잘못이지. 그리고 그게 후회가 되진 않았다. 어쨌든, 결정은 내가 한 거니까. 미루고 미뤘더라도, 시간에 쫓겼더라도, 최종 결정은 나이지 않냐.

 

곽 : 멋진 말이다. 스트레스 많이 안 받겠다.

권 : 아니, 받는다니까? 그 결정하기 전까지 엄청 많이 받는다. 그리고 남들한테 엄청 물어본다. 결국 하고 싶은 대로 하긴 하는데, 당신한테도 많이 물어보지 않냐.

 

곽 : 잘 모르겠다. 내가 더 많이 물어봐서. (웃음)

권 : 내가 보기에도 느껴진다. 당신이 날 답답해하는 걸.

 

곽 : 그건 그렇다. 아시겠지만, 내 일에 덜 답답해하더라도, 남의 일에 대해서 되게 잘 답답해한다. 잘 알아둬라. 원래 남의 일은 다 답답해할 수밖에 없다.

권 : 그 답답해함이 느껴지는 순간, 내 고민이 더욱더 위기감을 느껴서 빨리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물어본다.

 

곽 : 나도 공감한다. 아주 긴가민가한 것들에 대해 물어본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로 선택을 해서 알려준다. A를 골라주면 A에 대한 단점을 나열하고, B를 골라주면 B에 대한 단점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정리를 하다가, 그래. 그거네! 하고 결정을 내린다. 아주 좋은 방법이다.

권 : 결국엔 내가 결정하는데. (웃음) 그렇다. 조교를 하기 전까지도 엄청 물어봤었다. 결국엔 했지만.

 

곽 : 내가 욕했었다. 그런데 정말 잘했다.

권 : 내가 당신께 1년 동안 즐거움을 주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이 골라주는 건 없다.


곽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권 : 어렵다. 난 다 어렵다. 또 고민해야 한다.


곽 : 스트레스받나? (웃음)

권 : 시간을 정해달라.


곽 : 1분 주겠다.

권 : 너무 짧다. 너무 힘든데…. 고민을 좀 덜 하는 사람? A와 B 중에서 고민하면, 한 번만 비교해보고 바로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어렵잖아.

 

곽 : 근데 고민 안 하고 선택해서 실패하면 슬프지 않을까?

권 : 그러네. 고민하고 실패하는 건 괜찮다. 내 선택이니까. 아, 그러면 로또 당첨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짜, 이건 진심이다. 매주 로또를 사며 빌어본다. 날로 인생을 먹고 싶다.




AFRO MUSEUM (앞으로 박물관)*

작품명 : 쉬는 시간 (Break time)

작가 노트  : 수많은 모래 언덕을 헤쳐왔으니, 오늘은 축구경기를 보면서 쉬어야겠어요.



*AFRO MUSEUM(으로 박물관)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만난 후, 생각나는 이미지를 그려 전시합니다.








 <AFRO>는 비정기 발행물로, 앞으로 나아가는 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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