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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알라 Aug 28. 2020

브런치 작가는 너무 부담스럽다.


글이 써지지 않는 요즘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몇 년 동안 일기를 써온 나는 내가 나중에 보려고 쓰는 ‘기록용 글’에는 너무나 익숙한데 어떤 주제든 브런치에 발행을 하려니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글쓰기에 특별한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이 내가 쓴 글을 보면 약간은 부끄럽달까.


그래서 ‘비건 한 달 차’가 조회수 16000을 찍었을 때 어머 이게 뭐야...? 하며 당황했었다.

철저히 내가 나중에 보려고 아무 부담 없이 가볍게 쓴 글인데 노출이 되어서 조회수가 폭발해버려서.


그다음 ‘치킨’ 글도.

아니 내 글을 오천 명이 봤다고...? 오천 명???


내가 브런치 작가(작가라고 하는 것도 좀 그래, 부담스럽다.)라는 것을 아는 몇몇 지인들은 이제 소재를 던져주기 시작한다. 요즘 근황을 물어보면서 ‘이 주제에 대해 써보는 거 어때?’ 라고 말하기도 하고 오늘은 좀 우울하다고 하면 ‘이 느낌을 어서 브런치에 써! 작가의 삶이야!’ 하는 지인도 있다. 거의 출판사 직원이다. 그들도 나만큼 높은 조회수가 신기했을 터.


조회수가 저렇게 (내 기준에) 높게 나오니 아니 다음 글이 도통 안 써지는 것이다. 쓰고 싶은 주제는 머릿속에 가득한데 뭔가 제대로 써야 할 것 같고 제목 선정이며 글 내용이며 어후.. 조회수에 연연하고 싶지 않은데 신경이 쓰이고 또 쓰이는 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봐.




처음에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작가 소개란에 이렇게 적었었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보다는 따뜻한 이상향과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그렇기에 자극적이고 화려해 보이는 글보다는 저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많이 표현할 계획입니다.


그래 맞다. 난 어차피 애초에 저런 글도 잘 못 쓴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남들 눈에 잘 읽히게 써봤자 빈 껍데기라면 남들 눈에 다 보이는 법.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난데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면 과연 그걸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힘을 빼기로 했다. ‘일주일에 몇 개의 글을 쓰고 다음에는 이 주제로 써야지’ 하는 생각은 더 이상 안 하고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과 마음들을 표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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