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과 탐 웨이츠
어설프게 감정을 쏟아내는 음악은 낯 뜨겁다
요새 서점 가면 많은 알맹이 없는
감성 힐링 에세이 같은 얄팍함.
처음 만난 여자랑 한 번 자고 싶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떠드는 남자를 보는 느낌.
어쩌다 본의 아니게 그런 음악이 들리면 불현듯 피곤해진다.
좋은 음악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편한 멜로디, 공감 가는 가사 등이 있겠지만
나에겐 '그 사람 다운가'도 중요한 척도다.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인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요는 음악의 전체적인 느낌이
얼마나 그 사람과 어울리는가이다.
백현진은 몹시 백현진스럽다.
‘Uniqlo x Bazaar Compilation'
2008년 코엑스 유니클로에서 청바지를 사고 받은 음반.
꼭꼭 눌러 담은 선물세트처럼 버릴 곡 하나 없다.
여기서 ‘학수고대했던 날'로 백현진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그날 밤 꼬박 새웠다.
"왜 술을 그렇게 처먹고 자꾸 미안하다고 할까?"
처음으로 '어른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백현진 노래를 듣다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왕왕 비교되곤 하는 미국의 탐 웨이츠.
거친 목소리 톤, 넓은 활동분야, 노랫말의 스타일
그리고 예술과 삶에 대한 태도가 묘하게 겹친다.
백현진은 홍상수 영화에 종종 등장하고,
탐 웨이츠는 짐 자무쉬의 페르소나 중 하나.
누가 누구랑 비슷하네 말하는 건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두 사람 모두 그저 자신과 어울리는 걸 할 뿐.
일전에 백현진이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을 공유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시물이었지만 '참 백현진스럽다'
그의 음악 몇 곡을 소개하며 마친다.
어어부프로젝트, 방백, 백현진x정재일 등
꽤나 다양한 형태로 작업을 했다.
정재일과 함께한 '여기까지'는
공연 라이브 영상과 함께 보는 것을 추천.
영화에 쓰인 곡들도 각별하게 다가온다.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쓰인 ‘과거는 흘러갔다'
직접 출연하기도 한 장률 감독의 경주에서는 ‘사랑'
역시 단역으로 출연한 홍상수의 북촌방향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누군가 ‘다짐'을
영화 영상에 입혀놓았다.
남은 건 감상과 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