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shore-Uncommon Places
<Uncommon Places>
그 이름도 유명한 스테판 쇼어의 사진집.
거리, 주차장, 마트 외벽 등 6,70년대 미국의
common 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감히 기술적인 부분부터 보자면
발색은 풍부하고, 입자는 부드럽고, 경계는 날카롭다.
얼핏 50여 년 전 것으로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이미지 퀄리티를 자랑한다.
쇼어는 35mm 풀프레임 대비 촬상 면적이
각각 15, 60배에 달하는 4x5, 8x10인치
대형 뷰 카메라를 사용했다.
포맷 크기와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물리적 측면에서
판형 별 이미지 퀄리티의 갭은 상당하다.
그 덕에 옛 미국 거리와 풍경이 눈앞에 선하다.
내용면에서는 ‘스냅’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의 모습을 촬영자의 시각에서 담아낸 사진을
스냅이라고 한다면, 그의 스냅은 편안하다.
극적이고 생동감 있는 로버트 프랭크나 브레송의
작품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스냅사진에서는 35mm 흑백 롤필름을
이용해 찰나를 담아내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대신 쇼어는 대형 컬러 시트 필름을 사용했다.
기민함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사색을 통해
일상을 현실과 가장 가깝게 담아내려 한 것이다.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이 생각난다.
평범한 버스 운전사의 하루하루를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잔잔히 풀어낸 작품이다.
주제가 사진이었다면 스테판 쇼어의 일상을
소재로 했어도 좋았겠다.
스냅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
역설적으로 그래서 가장 어렵다.
업으로, 혹은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가끔 이런 의문에 빠지곤 한다.
내가 왜 카메라 들고 여기 서 있지?
내가 찍었지만 이건 도대체 왜 찍었을까?
스테판 쇼어의 Uncommon Places가
어쩌면 이 물음에 조용히 답을 줄지도 모른다.
꼭 사진으로 뭔가를 해 내야 하는 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