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바뀌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여행 다녀온 지 일주일 가까이 되어 갔을 때 기분이 미묘했다. 너무 예전 그대로라서 하루가 다르게 다시 일상으로 침잠되어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변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나를 둘러싼 나머지는 달라진 게 없고, 나는 그 안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은, 뭔가 기적 같은 걸 바라려면 기적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아무것도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DJ인 나카무라 미츠루는 '인생은 곱셈이다, 어떤 기회가 와도 네가 제로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기회를 나는 기회로 알아보지 못했고, 그래서 기회가 내게 왔지만 나는 그것이 기회인지 모르고 놓치기도 했고 알면서도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어찌하지 못했던 경우도 더러 있다. 기회를 놓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가 부족해서 기회가 기회인 줄 모르고 놓쳐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날려버린 기회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했지만, 그것은 지나간 일이고 다시 어쩔 수가 없었다.
나카무라 미츠루의 말마따나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기회가 오든 나는 결국 그것을 잡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내게 어떤 것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담아낼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을 담을 수 없다. 그것은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리고 이 말의 연장선에는 아들러를 연구한 기시미 이치로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가 있다. 인터넷에서 본 재미있는 말 중에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얼떨결에 성공하고 싶다!'라는 말이 있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만큼 나도 그 말을 공감했다. 아무리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세상에서 노력 후에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 그렇지 않나 싶다. 노력하다 안 되면 지치고, 그러면 자연히 하기가 싫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로또와 복권을 사며 어느 날 갑자기 대박이 날지도 모른다고 꿈꾸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좋은 일도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친구 중에 매번 '로또 대박 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로또를 사지 않는 이가 있다. 제 아무리 로또가 당첨이 되려고 해도 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당첨이 되겠나. 나무 밑에 누워 있던 사람이 열매가 떨어져서 받아먹는다고 해도, 일단 받아먹기 위해서는 열매가 맺힌 나무 밑에라도 가서 누워 있어야 하는 법이다. 산신령이 나타나서 금도끼랑 은도끼를 준다고 하더라도 일단 호수에 도끼라도 빠뜨려야 한단 말이다. 하물며 인생에 성공을 하려면 뭐라도 실행을 해야 결실을 맺어서 성공을 하게 되지 않겠나?!
나무늘보는 귀찮아서 안 먹다가 굶어 죽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일단 살려면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어쨌든 살아있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언젠가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안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에 공감하곤 했다.
원인 없는 결과 없듯이, 결과가 나타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
'실행'이란 실로 쉽지 않다. 특히 노력한 후에 잘 되지 않아 무력감을 딛고 일어나서 다시 한번 더 해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거였다면 실패를 다룬 예술 작품들도 없었을 것이고, 사회에도 실패 후 인생이 망가져버린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참고 계속해야 원하는 만큼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러고 보면 '참된 재능은 인내'라는 플로베르의 말이 이제야 수긍이 간다.
참고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걸 알아도 실행은 쉽지 않다. 생각대로 다 할 수 있었으면 인류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크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더 하기가 힘들다.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어떤 목표를 잡고 열심히 계획을 실행하다가 한 번 엇나가면 망했다며 그냥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뭐든지 잘하다가 중간에 중도 포기하기가 쉽다.
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작심삼일이라도 3일마다 계획을 다시 세워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 3일이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서 3주가 되고, 그렇게 한 달, 열두 달, 1년, 10년, 자기 인생이 된다. 뭐든 3주 동안 하면 습관이 붙어서 계속 그렇게 하게 된다고 한다.
실패하면 '다시'하면 된다. 우리 인생에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수정하면 된다. 아들러는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존재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변할 수 있다.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가끔 성격이 급해서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 금방 좌절하기도 했다. 내가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되길 바라는 걸 보고 한 북유럽 친구는 웃으며 그런 게 가능하겠냐고 했다. 이 모든 게 하나의 과정이니 작은 하나의 성취라도 잊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천천히 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뭐든 천천히 차근차근해나가는 북유럽 사람들의 조금쯤은 느린 일상을 떠올린다. 빨리빨리 결과에 도착하려고만 하면 그 중간의 풍경들은 놓쳐버리고 만다. 느려도 나는 성장하고 있는데 그것을 못 보고 속상해하기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수적천석이라는 말이 있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뜻인데, 낙숫물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을 말한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결실을 이룬다는 의미로 고흐도 위대한 것들을 작은 것들이 함께 모여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 말을 떠올리며 짧게, 쉬운 것부터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나는 무언가를 했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그것을 해냈다는 것은 보람차다.
작은 것을 바꿔나가다 보면 내 삶은 어느새 내가 원했던 목표에 근접해지지 않을까?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하나씩 작은 것부터 해보자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