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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훈 Apr 19. 2018

띵굴시장 편

#네번째 이야기

왜 띵굴시장 이었나?

Be my B;rand in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뵙게 된 이승윤 교수님께서 얼마 전 펴내신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형태의 콘텐츠는 자본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세련될 수는 없다. 세련된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주변의 일반인들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커온 지금의 Z세대는 작위적인 세련미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

대기업이 만든 제품은 너무 예쁘다. 제품을 봐도 이쁘고, 실용적이며 광고도 멋지다. 마치 고등학교 전교 1등 같은 엄친아(?)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제품들은 곧 대중에게 익숙한 주류로 분류된다.

그런데 난 고등학교 때 전교 1등과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옆에 있는 짝꿍과 더 허물없이 지내고 그 친구를 더 좋아했다. 소통할 수 있고, 친근하며, 편안하고, 나랑 취향마저 닳아갔기 때문이다. 우린 공부를 잘하거나 재능이 뛰어난 유명인사들은 아니었다. 누가 잘 알지 못하는 비주류로 분류된다.

이번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열린 띵굴시장에 참여한 브랜드들이다. 이 브랜드들은 나에겐 정말 생소한 브랜드들이다. 대기업에서 만든 주류들이 아닌 소상공인이 만든 비주류들이다. 처음부터 팔기 위해 만든 제품들도 있지만 쓰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내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 내 아이에게 입히기 위해, 우리 가족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내가 쓰는 거라 생각하니 소홀히 만들 수가 없었다.

띵굴마님은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 제품 어디꺼에요?"라는 질문이다. 질문이 끊이질 않아 하루쯤 내가 셀렉트 한 제품으로 장을 열어 직접 보고 소개를 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마켓이 띵굴시장이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Not Just Hotel이다. 

숙박에 특화된 멋있는 특급 호텔에서 깔끔한 슈트에 넥타이까지 단정히 하고 로비에서는 슬리퍼를 신으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 

우린 DNA부터가 비주류들이다. 누구 한 명 점잔 빼며 또각또각 걷지 않는다.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의 감성과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게 콘텐츠(페스티벌, 액티비티, 공연, 협업, 마켓 등)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띵굴시장과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결이 맞고 취향이 비슷한 비주류 들이다.


띵굴시장이 셀렉트 한 취향

띵굴시장을 팔로워 하는 팬층은 매우 두텁다. 이 팬층은 20대 후배 싱글, 살림러 부터 50대 선배 싱글, 살림러 까지 전국 각 지역에 팬들이 있다.

띵굴 시장은 매회차 이렇게 줄을 지어 대기한다. 왜 이토록 띵굴시장 이라는 마켓에 집착하는지 너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파워셀러

오전 11시 입장이 시작되자 일제히 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역시 단연 카테고리 1위에 속하는 리빙제품으로 커트러리와 접시를 파는 곳이었다. 이 브랜드를 SNS에 검색해 보니 팔로워 수가 4만 명이 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유아 의류 제품으로 북새통을 이룬 업체 한 곳은 5만 명 가까이 되었다. 사과즙을 파는 곳은 이틀 중 하루도 안되어 sold out 되었다. 줄을 서야 하는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큐레이션

파워셀러가 늘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 요일과 시간에 따라 바뀐다고 한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여서 애기용품과 식품이 잘 판매되고 주중은 엄마들 혼자 오기 때문에 리빙제품과 의류 판매가 잘되는 편이다. 띵굴 시장은 이런 상품군들 동선이 엉키지 않게 배치를 하고 밸런싱을 해 큐레이션 한다. 띵굴시장은 띵굴마님의 취향으로 셀렉트 한 마켓이다. 신규 셀러는 서류에서 브랜드 철학, 제품의 스토리, 연출컷 등을 심사받고 마켓에 나와 고객에게 설명은 어떻게 하는지, 표정은 어떠한지, 상품진열은 어떠한지 전체적인 결이 띵굴시장과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되는지 테스트를 거쳐 입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매출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매출을 마지막에 본다. 상품을 팔 기 위한 셀러보다 내 아이에게 입힐 옷, 우리 가족에게 먹일 음식,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판매하는지, 내 나이 또래, 내가 살림살이를 하며 아쉬워하고 고민했던 것, 나와 같은 취향인지가 띵굴마님의 큐레이션 기준이라 생각된다.


띵굴시장을 준비하고 마치며

이걸 다 얘기하자면 너무 긴 얘기가 될 거 같다. 기획에서부터 실행 결과까지 그리고 그 결과가 의미 있는 성과가 되기까지 정말 계획대로 된 게 손으로 꼽을 만큼 버라이어티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 감동은 뭉클하다.


끝으로

삶과 일, 여행과 휴식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 가고 그 경계가 모호해져 간다. 여행을 가서 일을 하기도 하고 일을 하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일과 휴식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이런 시대가 오면서 많은 공간이 생겨나고, 그 공간을 채울 커뮤니티와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콘텐츠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며 플레이스에서 배워 나가고 있다. 잠을 조금 덜 자더라도, 한 끼 정도 밥을 못 먹더라도, 그냥 한주 정도 휴무 없이 일하더라도 일이 즐겁고 재밌을 때가 있다. 내가 딱 그랬던 거 같다. 하고 싶은 일, 재밌는 일을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다음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해볼지 벌써부터 설렌다. 그러니 플레이스와 결이 맞고 취향이 비슷한 제안 많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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