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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l 26. 2024

단순함이 결정하는 삶의 중대사


나의 육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먹는 것인데 수시로 뭔갈 먹지 않으면 인내심이 금방 금방 소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나는 어릴 때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대충 떼워'였는데

이 말을 들으면 저 깊은 단전에서부터 부글부글 분노가 차오르면서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부터 대충하면 대체 다른 뭘 성의 있게 하라는거지? 왜 아주 숨도 대충 쉬라그러지? 하는 생각으로 잔뜩 기분이 나빠지곤 했었다.


이렇다보니 맺어지는 인간 관계도 두명이 가서 3인분부터 시작하고 카페에 가면 커피에 디저트까지 고르는 것이 몹시 자연스러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마트에서 사온 스테이크와 부재료들을 올려 놓으면 말이 필요 없게 알아서 후라이팬과 오븐에 척척 나눠 굽고  제법 레스토랑 비스무리하게 상을 차려내며 이거 양이 너무 많지 않냐는 말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남자와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었다.


 사람은 복잡한 개체인데 먹는 것이라는 단순함으로 내 인간 관계의 대문이 활짝 열리는 건

단순해져도 될 땐 이견 없이 마구 단순해지고 싶으니까, 단순함은 복잡한 세상 속 쉼표요, 시끄러운 마음 속 음소거 버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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