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30년 다 되도록 살면서
내 남편은 나와 케미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실감한다.
집안일 모든걸 완벽하게 해주거나
아니면 같이 지저분하던지?
내가 체력도 강해서 아파도 일도 밥도 척척해내는 아내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체력도 약하고 깔끔을 떠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건 내가 특별히 깔끔 떨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이 그러할터.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해서 지켜줘야할 몇가지를 말하면 짜증나는 잔소리로 알아 듣고 화를 내고 교정은 없어 같은 상황을 또다시 초래 한다.)
이런 내 남편은 현모 양처 순종형의 아내를 만났어야 했다.
나도 신혼땐 친정의 가정 교육, 사회 통념에 따라 아침밥을 꼭 해줬고 남편의 속옷과 양말과 코디까지 뒷바라지를 했었다.
그렇게 길들여진
남편은 양말은? 속옷은?
오늘은 뭐 입고 갈까?
그러더라.
한도 끝도 없는 내조,, 짜증나고 벅찼다.
나의 관리를 받고 살던 신혼 초 한번은 여직원이 자기더러 옷을 잘입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아이가 생기고 할일이 많아진 나는 자연스레 남편 관리에 소홀하게 되었고 급기야 새벽 출근하는 남편의 옷 차림을 봐주지 못했다. 남편이 아무거나 걸치고 가도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당시 다행히도 9시 전 아침이 제공 되는 복지가 꽤 괜찮은 회사를 다녀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마움을 모르는 배려 없는 사람에게 친절은 당연함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먼 훗날 책을 읽고 공부하며 글을 쓰고 사회와 여성주의를 알아가며 알게 되었다.
내가 왜 결혼 생활에 있어, 육아에 있어 힘들었고 우울했고 주저 앉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성정과 힘에 벅착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육아(두 아기들 목욕한번 해주지 않았던 남자), 집안 일, 신혼초 전세자금을 해결하는 것 까지…
가정을 위해, (아니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리라. 나 또한 그러하니까, 지금의 내 삶을 자식을 위한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 말할 순없다.. ) 열심히 살아가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좁혀지지 않는 삶의 가치관과 태도들이 문제로 다가왔고 좁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싸웠다. 살면서 내가 불편한 것들을 참지 않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했던 시스템을 바꾸며 가정의 혁명을 시도했다.
설거지를 해달라하면 씽크대가 낮아 허리 아파서 못한다는 남편을 위해 씽크대 높이를 92센티로 높인 점(참고로 그 뒤로도 주로 설거지는 내차지지면 허리 아파 설거지를 못한다는 말은 쏙 들어갔다) , 남편이 벗어 놓을 빨래통과 남편의 옷걸이와 서랍장을 구분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옷 만큼은 자신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내 일을 줄인 일. 될수 있으면 침대보를 남편과 함께 교체 하는 일. 집안의 불편하고 낡은 구조적 문제를 관심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게 한 일.
지난 주는 남편이 쉬는 날임에도 자기만 밥을 먹고 밥통을 물에 담궈 놓고 늦게 퇴근한 내 밥을 해 놓지 않아 서글펐다. 자신의 워너비 85인치 티비로 영화를 보고 있더라. 위스키도 마셨겠지.
어쩜 이렇게 배려와 다정함이 없을까… 반찬을 해 달라는것도 아니고 밥이 없으면 적어도 밥은 해 놓아야하는것 아닐까?
아니 적어도 밥이 없다고 투정하면 미안한 마음을 갖는게 인지상정 아닐까?
오히려 평소 내가 냉장고를 텅텅 비우고 채우지 않았다고 비난을 하더라. 한번은 우리 언니가 우리집 냉장고를 보고 텅텅 비었다고 말한것을 들며 내가 밥을 살림을 전혀 하지 않는 여자로 취급하더라.
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식사 준비를 하며 일을 다녔고 최근 건강이 나빠져 힘이 들어 식사를 그 전처럼 잘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생활습관은 그날 먹을 음식 그날 해먹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남편이 더 잘 알터…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일을 다니니 내가 아픈건 모르고 자신이 불편한것만 문제가 되는 남자,,,
오늘의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만이 아닐것이다. 보통의 우리나라 특히 60, 70년생의 여성들의 이야기일것이다.
고로 여성운동은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일이 아니라 우리 여성이 가정에서 해결해야할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힘이 들면서도 내 불편을 끊임없이 남편에게 말할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다 감당하며 살기엔 육체적으로 불가능했기때문이다.
이제 지금의 남편은 나 없이도 조금은 깔끔하게 살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심리와 생활을 보살필수는 없어도 자신의 생활을 책임 질 수 있을 만큼은 내가 바꾸어 놓았기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남자들은 다 그래’란 마인드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정에서의 남성들의 인식변화가 곧 사회 인식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자.
나와 같은 우리 기성세대 여성들은 남성의 어깨의 짐을 함께하기 위해 집안일과 바깥일을 가리지 않고 수퍼우먼으로 강요되어 왔다. 그러나 기성세대 남성들은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이래서 애초에 생활습관과 대화(성격과 가치관)가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걸.. 돈보다 더 중요한 결혼의 조건이란걸…
결혼 30년이 다 되어 알게 된다.
남편도 수더분하고 우리내 어머니들처럼 수퍼우먼과 살았다면 좋았을걸. 나는 그런 여자가 될수 없는 속좁은 마음과 연약한 육신의 여성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