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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Sep 28. 2024

골목의 오아시스 낙랑파라

서대문구점 105 | 아현동 카페 '낙랑파라'

글 @deulda_jung 사진 @seodaemun.9 가게 @nrparlour_official 

*이 글은 2023년 10월 작성된 글을 재발행 한 것입니다.



오아시스 : 위안이 되는 사물이나 장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낙랑파라는 일반적인 감성 카페와는 다른 맛이 나는 카페예요. 이곳은 감성보다는 그 독특한 느낌을 즐기러 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조화롭지 않은 느낌. 이 곳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뜯어 보다 보면, 그 요소들이 통일적으로 느껴지는 곳은 아니지만 이 곳은 독특하게도 아주 ‘미묘한 뒤틀림’이 매력인 곳이랍니다. 물론 이 카페가 그 미묘한 뒤틀림을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치만, 1931년 한국인이 운영한 최초의 카페를 모티브로 한 카페 상점이라는 슬로건처럼, 그때 그 시절 한국인과 카페의 첫 만남같은 어색한 조우가 담겨 있는 공간이라고 이 곳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아시스로 모여드는 목마른 사람들


이 곳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랑방같은 곳이예요. 프랜차이즈 카페는 흔해서 싫고, ‘조금 독특하지만 편안한 카페 없을까?’ 하는 사람들에게 딱 알맞은 곳이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 그러니까 아파트마저 프랜차이즈가 된 요즘, 프랜차이즈가 아닌 느낌을 원하는 날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렇지만 또 너무 감각적인 나머지, 꾸안꾸가 아닌 정말 편안한 차림으로 들어서기엔 부담스러운 곳들도 있고요. 그냥 막 찾아가도 괜찮지만 흥미로운 곳, 그렇지만 또 너무 피곤해지진 않을 곳. 그런 곳이 필요할 때, 좋아하는 OTT를 재생할 기기를 한 손에 들고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낙랑파라로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곳의 카피가 오아시스인가봐요. 몸과 마음의 목이 타는 어느 날, 내가 어떤 모습이건 찾아가기 딱 좋은 카페라서요.



왜 하필 “골목의" 오아시스일까?


이번에는 오아시스를 수식하는 “골목"을 살펴볼 차례예요. 낙랑파라 양 옆으로는, 높고 커다란 아파트 단지와는 대조적이게 낮고 오밀조밀한 주택과 상회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 늘어서 있어요. 그리고 그 구역 뒷편으로는 신촌과 충정로를 잇는 넓은 대로가 펼쳐져 있죠. 커다란 아파트 단지, 그리고 쭉 뻗은 대로 사이에 길고 얇게 깔린 오래된 건물들. 그 위태로움 사이에 낙랑파라는 견고히 자리잡고 있어요. 이 곳의 입지를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도 흥미를 불러일으켜요. 


카페에서 나오면 보이는 아파트 단지 벽면, 오른 편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보이는 커다란 공사 현장, 카페 앞으로는 용달 트럭이 오가고, 건축 공사현장의 인부들과 상회 주인들이 이 곳 인근에서 제각각 바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죠. 대로 건너편에는 꽤나 큰 시장이 자리잡고 있답니다. 아파트 단지에 자연스레 뒤따르는 상가 단지가 아니라, 주택과 상회, 공사장 사이에 자리잡은 낙랑파라는 문턱이 낮은 공간임을 그 자체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양성, 이질성, 포용성


낙랑파라에 앉아 있다 보면, 이상하게도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왠지 모르게 유모차에 탄 아이와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부모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굵게 말린 아주머니의 파마머리가 창 밖을 바라보는 제 시선에 걸리죠. 아마 낙랑파라 곳곳에 레트로 감성이 넘치는 작은 사물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상품들을 소개하는 선반도 놓여 있구요, 좌석 근처에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 모형들이 위치해 있죠. 언뜻 보면 이 소품들은 참 통일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줘요. 인테리어도 그렇습니다.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우드 색상의 인테리어 사이사이에는 동양적 느낌을 한껏 드러내는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도 저도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 자체가 낙랑파라의 정체성이라고 느껴졌어요. 한국인, 1931년, 오아시스, 카페. 2023년 서울 한복판에서 느끼기엔 대놓고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이고, 오히려 그 이질적임이 넓은 반경을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 1931년 한국에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땐, 카페는 잘 발견되지도 않고, 필요 없었을지도 몰라요. 아시아에서 오아시스가 잘 발견되지도 않고, 필요 없을지 모르는 것처럼요. 낙랑파라는 목이 마른 한국 사람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으로  마실 것을 제공하고, 1931년부터 2023년까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공존의 공간, 오아시스


그래서 저는 피곤한 날이면,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각자가 볼 태블릿PC를 챙겨들고 이 곳으로 향할 겁니다. 이 곳의 특별히 맛있는 스콘과 따뜻한 밀크티를 즐기면서, 각자 영상에 열중해 있다가 말고 잠시 눈을 맞추고 함께 떠들다가, 그러다 다시 커다란 아파트 단지 속으로 사라질 거예요. 다양한 동물들이 오아시스 주변에서 공존하듯, 우리네 다양한 삶들이 이 곳 주위에서 이렇게 공존하고 있음을 떠올리며, 낙랑파라에 방문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31길 20 1층

위치 | 아현역 대로와 이편한세상 사이 골목길

시간 | 매일 09:3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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