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36 | 연희동 도자기 공방 ‘작업실 위도’
글,사진 @seodaemun.9 가게 @wedo_craft
나에게도 조물조물 흙장난하던 때가 있었다. 놀이터 바닥에 철퍼덕 앉아 모랫바닥을 깊게 파 건조한 층을 지나 촉촉한 흙이 나타날 때까지 파 내려갔다. 그렇게 퍼낸 흙으로 원시인이라도 된 양 무언가를 빚으며 놀곤 했다. 나는 매번 토기를 빚고 싶은 당찬 포부로 임했지만, 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나의 작품은 늘 힘없이 무너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그 비밀이 풀렸는데, 그릇을 만들 수 있는 흙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점토를 만지면서 그 비밀을 알아냈다. 그때는 몰랐던 ‘코일링 기법’을 이용해 죠리퐁을 담아 먹을 그릇을 빚겠다던 나의 첫 번째 토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내 그릇은 건조하게 바스러져 갔다. 그 이후 나의 토기 프로젝트는 여수 도자기 엑스포의 체험활동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는데, 정성껏 빚어 가마를 거쳐 집으로 배송된 그릇은 아버지의 재떨이가 되었고, 내 죠리퐁 그릇에 담뱃재가 떨어지던 그 순간 나의 토기 프로젝트는 산산이 깨져버렸다.
그 후 흙을 만지며 무언가를 빚는 일과는 멀어졌다. 그러던 중, 연희동 도자기 공방 '작업실 위도'에서 다시 한번 흙과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나의 조상들이 빗살무늬 토기에 곡식을 담던 본능이 깨어난 듯했다. 마치 이름 모를 고대인이 된 것처럼, 나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흙을 만지며 예술혼을 태우는 시간이 되었다.
작업실 위도에서는 원데이 클래스와 정규 클래스가 운영된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원하는 도자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핸드빌딩 수업과 자신만의 화분을 만드는 '위도팟' 수업이 있다. 두 수업 모두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며, 기물의 난이도에 따라 최소 1점에서 최대 3점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정규 클래스에서는 코일링, 판 작업, 핀칭 등의 기법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작업을 배울 수 있으며, 소수 정예로 운영되어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사장님께서는 우리를 초대하면서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추천해 주셨고, 마침 집에 화분이 필요했기에 위도팟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재료는 모두 준비되어 있었기에 별도로 챙겨야 하는 준비물은 없었다.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화분을, 화분에 무엇을 담을지 정도 생각해 가면 손쉽게 따라갈 수 있는 수업이었다. 총 세 명이 수업을 들었는데, 선생님은 두 시간 내내 수강생을 도우며 빈틈없이 도우며 각자가 원하는 화분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중간중간 작업에 열이 오를 때 쯤 적절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김을 빼며 편안하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작업실 위도에서 오랜만에 흙을 만지며 무언가를 빚어 본 시간은 참으로 따뜻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촉감은 유독 길었던 여름을 마무리하고, 차가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도와주는 듯했다. 추워진 날씨에 대비해 작업실 위도에서 소소한 흙장난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30-11
위치ㅣ사러가마트 뒷편
시간ㅣ14: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