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반경, 중요한 건 깊이가 아니라 넓이

<공감의 반경> | 장대익 | 바다출판사

by 제이

공감이 우리는 망치는 이유

갈등과 혐오가 가득 찬 시대다. 세대, 젠더, 이념으로 나뉜 집단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당장 지난 주말 숭례문 인근에서도 노골적인 정치 집회를 보았다. 각자 정의와 신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날카로운 분열만 보이니 그 뒷맛이 씁쓸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우리는 이 문제의 원인을 습관적으로 '공감 부족'에서 찾는다. 타인에게 더 깊이 공감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공감'은 언제나 선(善)이며, 많이 할수록 좋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굳건한 '신화'이다.


장대익 교수의 <공감의 반경>은 바로 그 '신화'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문제는 공감 부족이 아니라, '우리 편'에게만 편협하게 작용하는 '정서적 공감'이다.강력한 감정적 유대는 내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외집단을 향한 배타성과 적대감을 폭발시킨다. 책은 이 '공감의 역설'을 통해, 우리가 믿었던 공감이 어떻게 혐오의 촉매제가 되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어쩌면 전쟁은 공감 부족 때문이 아니라
내집단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강해서
발생하는 비극일지도 모른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명확하다. 바로 깊은 공감이 아닌 공감 반경 넓히기이다. 저자는 감정에 휩쓸리는 정서적 공감을 넘어, 의식적인 이성의 힘으로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이해하려는 '인지적 공감'을 촉구한다. 이성의 개입을 통해 공감의 대상을 우리 편 너머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즉,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어떤 맥락과 처지에 있기에 저런 관점을 갖게 되었는가'를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라는 것이다.


오늘 책 <공감의 반경>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태에 더욱 뼈아픈 경종을 울린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 버블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 편'의 감정만을 공유하며, '그들'을 향한 혐오를 너무나도 당당히 정당화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이 내게 던지는 질문도 명확하다. "나의 공감은 내 발끝만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정작 더 먼 곳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잊지 말자. 이성으로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가 선하다 믿었던 공감은 언제든지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인지적 공감은 따뜻한 사고의 힘이다.
차분히 사고하지 않으면
상대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