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을 알고 싶을 때는 SNS만 한 게 없죠. 트렌디한 카페나 맛집, 주말을 투자할 만한 공연이나 전시 등 카테고리에 제한이 없어요. 옛말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모든 유행은 SNS를 통하는 셈이죠.
그런데 게시물을 살펴보면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분명히 익숙한 카페인데 전혀 모르는 곳, 심지어 평생 가본 적도 없는 동네일 때도 있어요. 폐공장과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대형 카페가 대표적이죠.
범인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콘텐츠, 검색 기록, 심지어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 등을 끊임없이 수집해요. 이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 취향이나 정답을 찾기 전에 그것을 예단하고 추측합니다.
알고리즘이 결과물의 질보다 파급력을 중시하기에 문제입니다. 거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가'이다. 그 결과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인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알고리즘이 만든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
알고리즘 문화에서 올바른 선택이란
대다수가 이미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필터월드> 83p
책 <필터월드>는 알고리즘이 만드는 동질성을 지적하고 있어요. 기계가 만드는 똑같은 세상에 천천히 잠식되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이가 자기 취향을 잃게 됩니다. 결국 우리 사회 감도는 점점 낮아지고 생기 없는 유행만 추종하는 세상이 도래하는 거죠.
이러한 문제는 소비뿐만 아니라 창작에도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도 자기 관점이나 개성을 담기보다는, 유행하는 걸 베끼게 됩니다. 위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결국 비슷한 결과물만 나오죠. 이는 또다시 비슷한 소비로 이어집니다.
이게 끝없이 반복되면 극단적 맹목만 남게 됩니다. 내가 소비하고 소속된 영역만 옳고, 나머지는 틀린 것으로 치부하죠. 우리나라 정치 구도만 봐도 그렇죠? 정치에 모든 걸 내던진 사람은 꼬리에 불과한데, 현실에서는 몸통 전체를 뒤흔들고 있어요.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말이죠.
자동화된 피드가 기업의 손에 좌우되어
사용자와 콘텐츠 간에 수동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필터월드> 55p
우리는 알고리즘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까요? 그들을 신뢰할 수 없으니, 기술이 들어오기 전의 시대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극단적인 분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전 그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과 공존할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우선, 이전보다 각자 취향에 깊이를 더해야 합니다. 더욱 높은 감도는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할 때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알고리즘의 추천 대신 오프라인 음반 가게로 가보는 거도 좋은 방법이죠. 요즘 누가 그렇게 하냐고요? 이처럼 심도 있는 취향을 갖고 싶다면 물리적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를 때는 알고리즘에 도움받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무지의 장막보다 훨씬 더 쉽고 흥미롭게 배울 여지가 충분합니다. 그 호기심을 위해 우리가 감내할 건 딱 하나. 나랑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심리적 불편함이죠. 다만 주기적인 알고리즘 청소는 필요합니다.
모쪼록 우리 사회의 내일이 오늘보다는 더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저의 부모 세대가 우리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았듯, 저는 저의 다음 세대에게 극단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진심으로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면
자동화된 콘텐츠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터월드> 3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