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와 호기심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 이면에 있는 것

by 제이


<팩트풀니스>가 말하는 세상의 진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믿는' 세상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단언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학력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에게 ‘세계 인구의 빈곤율 변화’나 ‘전 세계 아동의 예방 접종률’ 같은 동향에 대해 질문했다. 놀랍게도, 정답률은 침팬지가 무작위로 찍는 것보다도 낮았다. 이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현실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오해의 원인으로 저자는 인간에게 내재된 10가지 '극적인 본능'을 주목한다. 나쁜 소식에만 귀 기울이는 '부정 본능', 세상을 양 극단으로 나누고 그 사이의 방대한 중간 지대를 보지 못하는 '간극 본능', 단편적인 정보로 성급하게 단정 짓는 '일반화 본능'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는 이 본능이 생존에는 유리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우리 눈을 가리고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해법은 '사실충실성(Factfulness)'이다. 이는 감정과 본능에 휩쓸려 성급히 결론 내리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며 세계관을 형성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그는 사실충실성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세상이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모두가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이런 오해는 심각할 뿐 아니라
‘체계적’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호기심에 관한 책일지도 몰라

<팩트풀니스>가 말하는 모든 것은 ‘호기심’이라는 태도로 귀결된다. 섣부른 단정 대신, 사람이나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태도에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직관을 맹종하는 대신 데이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태도, 즉 ‘사실충실성’을 실현하는 데에도 호기심이 중요한 재료다.


이를 생각하다 보니, 지인이 "당신은 단점보다 장점을 보는 사람"이라고 내게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실제로 내가 만드는 콘텐츠 역시 비판보다는 가치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치를 발굴하고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호기심 많은 성향이 자연스레 나를 이 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실충실성을 실천하는 데 거대한 지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성이 세상을 분석하는 도구라면, 호기심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지성에만 매달린다면 이 책은 남을 비판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재료다. 수많은 데이터를 대동하고서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말하는 것만큼 상대의 비관을 무력화하기 좋은 무기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팩트풀니스> 어디에서도 타인의 무지를 조롱하는 시선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놓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과 이를 타인에게 전하려는 행복이 느껴진다. 죽음을 앞두고 이 책을 마무리하려던 저자의 의지는, 바로 그런 선의의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호기심이란 내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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