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효준 Dec 06. 2019

<한공주> 공주의 EXIT

공주는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17살 소녀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공주의 평범한 삶은 망가졌고,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 도망쳐야만 했다. 

 일어난 이후의 공주의 삶은, 나사가 빠져버린 선풍기처럼 삐거덕 대고 위태롭다.


그런 공주의 삶에 인희가 들어오게 된다. 인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온 공주를 세상 밖으로 꺼내려한다. 

손을 잡아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공주가 지닌 꿈이 빛을 잃지 않도록 안내해준다. 

공주는 잠시나마 꿈을 꿔본다. 세상의 압박에 의해 목숨을 잃은 화옥과 43명의 고릴라들, 그리고 그 일을 잊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희망을 걸어본다.  


하지만 평온해질 것만 같은 공주의 세상에, 다시 균열이 생겼다.


탄원서를 받기 위해, 공주가 도망쳐 온 곳까지 따라온 가해자 부모들, 딸의 슬픔을 외면하는 친엄마.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를 배반한 선생의 어머니. 그리고 돈 때문에 딸을 버린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떠올리며 공주는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다. 

공주는 탈출을 감행한다. 깊숙하게 더욱 깊숙하게. 아무도 없는 곳으로 말이다. 

그곳에서 공주는 행복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것이 진정으로 공주가 바라던 탈출구였을까?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 봐. 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세상과의 고군분투 속에서도 수영을 배우는 공주를 보며,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공주는 그저 세상과의 힘겨운 사투에서 물러나지 않고,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왜 공주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조차 뺏으려 했던 걸까?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후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수많은 성폭행 사건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삶에 치여 종종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선생님의 엄마 캐릭터를 보며, 왠지 모르게 나와 닮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한 선의 위로, 적당한 선의 공감.

그리고 또 정작 나에게 화살이 오면 그 상황을 모면해버리고자 하는 모습.


똑바로 보지 못했기에 미안했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 말할 수밖에 없기에 미안했다.

공주에게,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


작가의 이전글 <벌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