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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Jay Jul 12. 2020

영어 원서 필사는 어떻게 하는 걸까?

영어 공부와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

 나는 영어 원서 필사를 통해 ‘힐링’을 한다.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비켜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문장을 하나씩 옮겨 적다 보면 마음속에 어느새 평정심이 찾아온다. 마음의 짐도 내려놓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게 된다. 실제로 정신건강 전문의들도 필사가 ‘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마리아 토마스는 자신의 저서 <젠텡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젠텡글이란 선이 서로 읽혀 이뤄진 모양이 패턴을 그리는 낙서를 말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문양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누구든지 쉽게 그릴 수 있고, 깊은 생각과 몰입을 유도한다.

 

 그의 말처럼 단순하게 글자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흐트러진 마음이 집중된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 또한 책 한쪽에다가 글자를 끄적이는 행동을 통해 마음이 가벼워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필사는 손으로 하는 명상이자 힐링이다.  그렇다면 '영어 원서 필사'는 무엇인가? 마음 치유도 하고 영어공부도 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취미다. 


 필사 종류에는 전체 필사와 부분 필사가 있다. 전체 필사란 책 한 권을 통째로 필사하는 것을 말한다. 부분 필사는 자신이 필사하고 싶은 부분만 베껴 쓰는 것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는 필사를 하는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을 때는 전체 필사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분 필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필사는 눈으로 책을 읽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책 전체보다는 자신이 감동한 부분에 적정 시간을 배정하여 필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럼 도대체 어떤 책을 필사하면 좋을까? <책은 도끼다>를 쓴 박웅현 작가는 독자가 책에 관하여 주체적인 해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00 권장도서’라는 타이틀에 속지 말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선정도서라고 해서 내게 좋은 책이 될 수는 없다. 어떤 책을 읽든 자기 자신에게 의미가 있으면 그 책은 좋은 책이다. 내 마음에 끌리고 감동으로 다가와서 밑줄을 치게 만드는 책,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그 책이 바로 필사를 해야 하는 책이다. 영어 원서를 필사할 때는 또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영어 실력에 맞는 원서’를 골라서 읽고 필사하는 것이다. 아무리 고전 원서를 필사하는 게 좋다고 해도 어떤 사람에겐 어렵기만 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라 해도 어떤 독자에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취향과 영어 실력에 맞는 책을 고르면 되겠다.   


  필사는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할까? 나는 보통 시간을 정하고 필사를 한다. 최대 시간은 약 15분이다. 이 시간은 원서 한 페이지를 필사하면 걸리는 시간이다. 하루에 딱 한 페이지가 최대분량이다. 

 필사하다 보면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필사를 시작한 지 15분쯤 지나면 팔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펜을 놓는다. 잠깐 쉬었다가 다시 펜을 들어본 적도 있지만, 처음 필사했던 15분만큼의 집중력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딱 1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두었다.


 사람마다 필사하는 속도나, 글을 쓰고 싶은 분량은 다르다. 그래서 무조건 15분만 필사하는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15분이 가장 적당했다. 단, 처음 필사를 시작하거나 책 읽는 습관이 잡히지 않은 독자라면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하루에 5분씩만 시작하길 권한다. 많은 사람이 필사가 좋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시작했다가 3일을 못 넘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필사도 습관이다. 습관을 만들려면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면 안 된다. 무조건 작고 쉬운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딱 5분만 필사’하는 것을 목표로 잡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필사가 무엇인지,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얼마나 써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필사 준비물과 필사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본격적으로 필사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물건들이 있다. 바로 필기구와 필사 노트다.      


 <필사 준비물>

 

1. 필기구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필기구에 쓰는 돈은 아끼지 말라고 한다. 마음에 드는 필기구가 있으면 자꾸 글을 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내게도 여러 가지 필기구가 있다. 그중에 유난히 글씨가 슥슥 잘 써지는 펜이 있다. 만년필과 지워지는 잉크 펜이다. 필사할 때마다 두 가지 펜을 번갈아 가며 쓴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글씨가 예쁘게 잘 써지는 볼펜으로 공책 정리를 했다. 펜을 잡은 느낌과 노트 위로 잉크가 그려지는 느낌이 좋아서 아무리 팔이 아파도 수업 내내 필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만년필, 잉크펜, 볼펜,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왕이면 가볍고 내 손에 딱 맞는 필기구를 준비하자.      


2. 필사 노트

 수많은 종류의 노트가 있다. 노트를 고를 땐 나는 크기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A4 크기와 B5 크기 두 가지 종류를 다 써보았는데, 개인적으로 B5가 가장 적당했다. A4 크기의 노트에 필사할 때는 노트 한 페이지에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남아돌곤 했다. 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B5는 필사하고 남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외관상으로도 보기가 괜찮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여백을 많이 두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나중에 추가적인 생각을 덧붙일 때 편리하기 때문이다. 

 노트의 속지에 따라서 필사할때 느껴지는 장점이 달랐다. 줄이 그어진 노트에다가 필사하면, 정해진 크기의 글씨로 기록할 수 있기에 깔끔하고 정갈한 필사가 가능했다. 반면에, 무지 노트는 자유롭게 글씨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 넣듯이 다른 색상으로 알록달록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떤 노트를 선택하느냐는 오롯이 개인 취향이므로 ‘글씨를 쓰고 싶게 만드는 노트’를 고르면 되겠다.


<무지 노트에 필사하기>

 

<줄있는 노트에 필사하기>

 

 필기구와 노트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았으니, 이제는 필사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영어 원서와 번역서를 함께 필사할 경우 하루에 노트 두 페이지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노트 왼쪽에는 영어 필사를 하고 오른쪽에는 한글 필사를 한다. 각 필사 문단 아래에는 필사한 내용에 관한 내 생각을 적어본다. 그리고 마지막 줄은 날짜를 기록한다.

 영어 원서만 필사하는 경우 하루에 한 페이지씩 사용한다. 필사를 먼저 하고 나서 아래에 생각을 정리한다. 노트를 반으로 접어서 왼쪽에는 필사 본문을, 오른쪽에는 생각을 메모해두는 칸으로 사용해도 좋다.


 필사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글자만 베껴 쓰는 행동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책을 정독하듯이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꾹꾹 눌러써야 한다. 내가 쓰고 있는 영어 문장이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무슨 어휘를 담고 있는지 자세히 오래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영어 문장 뼈대를 익힐 수 있고 어휘만 바꿔서 나만의 영어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빨래 써서 끝내야지.’라는 생각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얼른 필사를 끝내려고 하다 보면 어느샌가 필사는 ‘힐링’이 아니라 또 다른 ‘업무’나 ‘과제’와 같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영어 문장구조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결국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부디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쓰길 바란다. 


 필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취미이다. 필사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나누는 기준은 없다. 그러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가장 자유롭고 즐겁게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바로 영어 원서를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며 외우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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