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정Jay Sep 23. 2020

그저 나로 살기 위해 원서를 읽고 글을 씁니다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롱런하기

‘디지털 노마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열린 지금.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거래가 대세다. 각종 SNS나 시중에 나온 책 중에서도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그 대세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노마드는 참 좋은 직업인 건 확실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아이가 잠든 후 글을 쓴다.
Sns에 올리겠다며 찍어 본 영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도 디지털 노마드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나 SNS에 매일 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곧바로 시도했다. 나는 ‘영어 원서 읽기’를 나만의 콘텐츠로 정했다. 내가 읽은 영어 원서를 소개하고 원서 내용 중에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으면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1일 1 포스팅을 목표로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혼자 잘 노는 시간을 이용해 블로그에 글을 연재했다. 중간에 아이가 말을 걸거나 놀아달라고 하면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흐름을 이어 글을 써 내려갔다. 오전 중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면 개인 SNS에 남길 사진을 찍어야 했다. 사진 찍는 것을 참 좋아하는 나이지만, 하나의 콘텐츠와 관련된 사진을 그것도 매일, 아주 잘 찍으려고 하니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구도나 채도를 신경 써야 했고 어떻게 해야 배경이 예쁘게 나오는지를 고민하느라 바빴다.

 사진만 찍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 밑에 어떤 멘트를 남겨야 할지도 고민되었다. 포스팅을 올리고 나면 나와 이웃을 맺은 분들과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이웃님의 글에 댓글도 남기고 ‘좋아요’도 눌러주었다.      


 그렇게 할 일을 하고 나면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시곗바늘은 겨우 1시를 가리키지만 내 몸은 이미 오후 8시는 된 듯했다. 하루를 정리하고 슬슬 잠자리로 들어가야 할 만큼 체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 그런 상태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틈틈이 영어 원서도 읽어야 했다.

에너지가 급히 빠져나간 탓에 남은 할 일을 온전히 다 소화하진 못하는 날이 점점 늘어만 갔다. 아이와 함께 놀면서 잠시 짬을 내어 책을 읽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다 귀찮았다. 그냥 눕고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하루아침에 모든 SNS를 잠정 중단했다. 정확히 왜 갑자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마음속에서 ‘더는 못해!’라는 소리가 정말 크게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번아웃 증후군이 왔던 것 같다. 어느 일이든 쉬운 일이 없다는 건 알지만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것,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주변에 10년 가까이 메신저로서, 인플루언서로서, 디지털 노마드로서 사시는 분들의 장수 비결이 너무 궁금했다. 나는 그 답을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영어 원서
Right now I'm aiming at increasing the distance I run, so speed is less of an issue. As long as I can run a certain distance, that's all I care about. Sometimes I run fast when I feel like it, but if I increase the pace I shorten the amount of time I run, the point being to let the exhilaration I feel at the end of each run carry over to the next day. This is the same sort of tack I find necessary when writing a novel. I stop every day right at the point where I feel I can write more. Do that and the next day's work goes surprisingly smoothly. 강한 인내심으로 거기를 쌓아가고 있는 시기인 까닭에, 지금 당장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쓸 때도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에 나온 구절이다. 그는 달리기 하거나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아니라 내게 맞는 속도로 오랫동안 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정답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체력, 에너지, 내 성향 등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남들이 말하는 ‘1일 1 포스팅’을 시도했다. 한 가지 SNS가 아닌 2~3가지를 병행했으니 1일 3 포스팅은 된다는 것. 그러다 보니 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라 어느 순간 픽 쓰러진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대로 내가 지치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중간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다시 SNS를 시작한 상태이다. ‘절대로 무리하지 않기’를 모토로 삼아 나만의 콘텐츠를 기록해 나가고 있다. 아주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멘토가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다. 그 모든 일정을 소화해 나갈 체력이나 에너지도 없지만, 유명해진다는 건 어느 정도 ‘보여주기 식’으로 살게 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서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건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될 순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 과정을 오롯이 즐기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나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로 한다. 속도나 시간은 일단 제쳐두자. 그리고 멈추지만 말자.


블로그에 올린다고 내 사진에 글씨도 써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블루, 영어 원서로 이겨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