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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Jay May 17. 2020

내 삶의 힐링, 영어 원서 읽기와 필사하기

자발적인 원서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인생 영어를 만나다

 남편과 내가 유일하게 돈을 아끼지 않고 사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이다. 우리는 책을 참 좋아한다. 신혼 때부터 서점 데이트를 자주 즐겼다. 쉬는 날엔 집에서 각자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곤 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책을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부모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건 책 말고는 없었다. 우리는 좋은 책이 있으면 서로에게 추천해주는 편이다. 감명받은 내용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도 나누어본다. 그리고 책에서 얻은 보석과 같은 진리를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








 행운은 우리의 노력에 곱셈이 되는 것이지 덧셈이 되는 것은 아니래.
노력이 0이면 거기에 아무리 행운을 곱해도 결과는 0이라는 거지.
그래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거래.

 남편은 얼마 전 요즘 화제가 된 <더 해빙>이라는 책을 읽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온 그가 이 책을 읽고 가장 와 닿은 말이라며 내게 한 구절을 소개했다. 결국엔 무엇이 됐든 노력이 없으면 운도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이 <더 해빙>에 대해 소개한 부분



  노력이 0이면 그 어떤 숫자를 곱해도 결과는 0이다. 음, 정말 그러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편이 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 항공사에 취업하겠다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노력과 고통으로 보냈던 순간들이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과 화려하지 않은 스펙이 콤플렉스였던 시절, 남들과 비교하며 나 자신을 수도 없이 괴롭혔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엄청난 좌절을 겪기도 했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는데, 나는 지지리 운도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기에 연이은 면접 낙방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그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극적으로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사실은 딱 한 가지였다. 바로 아무런 노력 없이는 운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



 남편과 나는 자라온 환경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다. 남편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2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수능시험을 쳤다. 수능 공부할 때 말을 한마디도 안 해서 입에 거미줄 생길 뻔했다는 남편의 말에 얼마나 그가 노력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보다 더하면 더 했을 그다. 그래서 우리는 <더 해빙>에 나온 저 대목에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어쩌다 발견한 책 속의 보석 같은 문장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이는 내가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남편이 <더 해빙>에 나온 ‘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니 이 작품을 영어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원서 읽기와 필사가 내 취미가 된 이후로 새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는데 어떤 책을 읽고 ‘와 좋다!’라고 느끼는 부분은 꼭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원서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단락이 나오면 한국어로 번역할 땐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 ‘번역’이라는 일에 관심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번역한 내용과 전문 번역가가 쓴 내용을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통해 영작 실력 또한 기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살 때 영어판, 한국판 모두 사는 편이다.



 곧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온라인 서점 앱을 켰다. 한국어로 출간된 책이지만 다행히 영어로도 번역 출간이 되어있었다. 며칠 후 나는 <더 해빙>의 영문판인 <The having>을 드디어 손에 쥐게 되었다. 영어 원서를 펼치고 우리가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부분을 찾아보았다. 영어로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Good fortune is multiplied by our effort, not added to it.
If your effort is zero and you multiply it, the outcome is still zero.
 In the end, you’ve gained nothing.



<The Having> 필사 부분



 노트를 펼쳤다. 하얀 종이 제일 위에 책의 제목을 썼다. 바로 옆에다가 페이지를 적었다. 그 아래엔 한글과 영어로 내용을 모두 필사했다. 나는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필사를 하다가 마지막 영어 문장에 눈길이 멈추었다.  ‘you’ve gained nothing’이라는 문장이었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에요.’라는 우리말보다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얻다라는 뜻을 가진 ‘gain’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의 ‘nothing’이 합쳐졌을 때 더욱 그 말의 전파력이 강해지는 듯했다.  

 원서 읽기의 장점은 흥미롭고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공부법은 없다. 외국어 습득 이론을 정리한 Krashen 박사는 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서를 읽으면서 우리는 엄청난 양의 인풋과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필사는 책 속의 문장을 하나하나 깊게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gain nothing'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영어’와 ‘내면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다면 영어 원서 필사가 제격이다. 술술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몰입하게 만드는 문장들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 노트에 적어본다는 건 가장 자율적이면서도 자발적인 영어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원서를 고르는 기준과 필사하는 양, 방법 등은 스스로 정하면 되므로 질릴 일도 없다. ‘gain nothing’이라는 결과를 마주하지 않으려면 현재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해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원서를 직접 골라서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필사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노력이 언젠가는 몇 배나 큰 행운으로 찾아올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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