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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Oct 30. 2023

12 '워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1)

 프롤로그 이후 제일 첫 편, '스마트폰'으로 기업과 브랜드의 소프트 파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애플과 삼성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애플이 다소 우세한 시장 상황을 엿봤다. 여기서 우리는 자꾸 설명해야 하는 삼성을 마주했다. 


 이번의 스마트워치 편은 지난 '스마트폰 시장의 두 지배자'의 심화 편에 해당된다. 그래도 스마트폰은 어느 정도 '설명'이 효과가 있었지만 스마트워치는 한 꺼풀 더 벗겨내야 하는 세계이다. 


솔직해지자, 뭐가 더 예쁜가?


 처음 애플워치가 등장했을 때, 삼성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안심했다. 삼성의 스마트워치보다 예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초기작도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그러하듯 디자인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반응을 일찍 확인한 삼성은 빠르게 원형 디자인으로 선회했다. 


 '스마트'에 무게추를 두면 원형은 아무래도 제약이 많다. 전자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이 사각 형태의 워치를 출시했을 때, 개선 후 원형으로 출시하거나,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둘 모두 틀렸다. 어쨌든 세부 모델에서는 차이가 벌어지지만, 브랜드 전체의 점유율로는 스마트폰에선 애플과 삼성이 호각지세가 맞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는 다르다.


2023년 1분기, 브랜드별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출처 : BankMyCell)

 삼성은 스마트워치의 디자인을 계속 개선했고, 라인업도 다변화했다. 초기버전인 '기어'와 최신작인 '워치6클래식'의 디자인 차이는 극명하다. 



삼성 기어 1세대(위)와 갤럭시 워치6 클래식(아래)

 한편 애플은 1세대나 가장 최신 제품이나 디자인이 크게 변하진 않았다. 그러나 고객들의 반응은 '특이하다'거나 '못생겼다', 혹은 '시계 같지 않다'라고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플워치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아이코닉하다는 소프트 파워를 점거했다. 



애플워치 1세대(위)와 8세대(아래)




솔직해지자2, 성능을 왜 얘기하는가?


 애플 유저들에게 애플워치의 UI와 UX는 매우 익숙해졌다. 이 자체로 고객을 가둬놓는 효과가 있다. 또 애플 특유의 '매끄러운 동작'은 iOS가 아닌 제품의 '미묘한 버벅거림'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애플 유저들은 항상 최적화를 애플 제품의 장점 중 하나로 꼽는다. 



애플워치는 갤럭시 워치에 비해 비싸다. 갤럭시 워치6는 30만 원대 이하부터 라인별로 가격이 형성되지만 애플워치 시리즈9는 50만 원 후반대부터 시작한다.(출처 : 각사 홈페이지)

 그러나, 솔직해지자. 스마트워치를 홍보 브로슈어에 있는 모든 기능 그대로 쓰는 유저가 과연 몇이나 될까. 기능과 성능은 스마트워치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과연 중요한 요소인가? 

 아니다. 스마트워치 유저들은 '그저 사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비자의 마음은 삼성보다 애플에서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보자. 그리고 그 사람의 스마트폰이 뭔지 보라. 99% 아이폰이다. 반대로 갤럭시워치나 다른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보자. 꼭 해당 스마트워치 제조사의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그나마 갤럭시 워치 유저의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율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겠지만, 그 조차도 애플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반대로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 중 다수는 애플워치를 쓴다. 그러나 갤럭시를 사용하는 고객 중 다수는 스마트워치를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애플'을 쓰고 싶은 것이다. 워치가 필요한 게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디자인도, 성능도 주요 무게추가 아니게 되어버린 스마트워치 시장의 재밌는 속성들을 좀 더 얘기해 본 후, 이 시리즈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소프트 파워의 관계에 대해 다뤄보겠다. 


('13 '워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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