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문법의 킬러 영화, <더 킬러>
데이빗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를 보고
데이빗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를 재미있게 보았다.
이 영화의 로그라인은, 기존의 킬러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완벽하던 킬러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위기에 봉착하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디테일은 기존의 킬러 영화와 사뭇 다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킬러의 독백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소설로 치면, 1인칭 시점이다. 그는 자신의 일과 원칙, 일화 등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그 때문에, 타깃을 기다리는 상황, 액션이 없고 무척 정적인 영상이 이어질 때도 지루하지 않다.
액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쫓고 쫓기는 기존 킬러 영화의 문법을 따라가진 않는다. 액션보다 킬러의 내면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뜨겁기보다, 차분하고 차갑다. 영화보다 소설의 문법에 가깝다. 그 점이 오히려 신선하고 좋았다.
결말도 뻔한 것을 예상했지만, 예상을 빗나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람을 죽이는 일의 윤리성 같은 문제보다, 어떤 일에 몰입하고 자신이 세운 원칙에 철저하게 따르려고 애쓰는 한 남자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도 훌륭했다. 그의 얼굴에, 노련하지만 일상에 지친 회사원이 겹쳐 보인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만들면, 뻔할 수 있는 킬러 영화도 이렇게 달라진다는 걸 보여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