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길에 오른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아
최근 5일 연속 밥약속만 6개.. 클래스, 스터디, 강연을 포함하면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셈. 내 삶에 없을 것만 같았던 기록이다. 목이 나가고 몸이 아플 정도인데 포기란 없다. 어느 때보다 지금의 대화가 즐겁고 귀하니까.
상대도 그걸 아는지 나를 집에 보내줄 생각이 없고, 나도 그럴 생각이 없고, 분명 출국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거라 해놓고 아쉬워서 7월 달력에 1번 더 박아놓는다.
본성이 I인 사회화된 E라 사람을 만나면 사용 시간 이상으로 충전이 필요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신날수록 나의 에너지는 뚝뚝 떨어지는 아이러니. 측근들은 네 큰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한 몫 하는 거라 말하는데. (이것도 최대한 조절하는거야) 반대로 재미가 없거나 자리가 불편해도 빠르게 떨어진다. 이러나 저러나 애쓰는 건 마찬가지라 어차피 쓸 거 신나게 쓰자고.
멀어지고 헤어지는 감각이 버거워 유학을 오랫동안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점점 다가올수록 실감이 난다. 아이 그럼 괜찮지 하고 돌아서서 운다. 기뻐도 슬퍼도 불안해도 설레도 두려워도 안도해도 감동해도 나오는 건 눈물이다.
청소년기 관계로부터 받은 상처들로 얼룩진 마음을 성인기에 쌓아온 사람들로부터 치유받았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닦고 세워야 한다는 게 겁이 나는 것 같다. 하고 싶었지만 끝내 봉인해둔 말을 편안히 꺼내는 순간이 늘어났듯, 불편했던 것들이 점차 익숙해지듯, 시간이 흘러 요즘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