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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유연 Sep 02. 2021

누구나 자신만의 사전을 품고 산다

유연한 사전의 시작

한 단어에 꽂히면 사전부터 사부작거린다. 한 단어, 구절, 문장, 단락을 쓰더라도 명확한 의미를 알고 쓰고 싶다. 맛있다, 멋있다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헤엄칠 수 있는 단어의 세계가 무한하지 않나.



21.05.06 기록에서 이 마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단어를 알맞게 찾는 것도, 원래 알고 있던 단어의 새로운 뜻을 아는 순간도 좋다. 의도를 찰떡같이 담는 낱말을 찾았을 때 쾌감이란.

생각은 언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풍부한 언어는 곧 생각의 확장을 낳고, 내가 쓰는 언어는 이내 나의 정체성과 태도가 된다.



쓰는 언어를 넓히며 보는 세상도 깊어지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깊숙이 들여다보며, 문득 타인의 세계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쓰는 언어부터 끈질기게 탐험하기로 결심한 거다.



내가 좋아하는 도구, 공간, 사람, 가치를 중심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재정의하는 과정을 담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배낭 하나 들쳐 매고 긴 여행을 떠나볼래.




너의 이름은 유연한 사전



지금까지 지켜왔던, 앞으로도 지켜야 할 단어가 있다면 그건 ‘유연’일 것 같아. 거르고 걸러 알맹이만 남겼을 때 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




[ 유연하다 ]

1. 인연이 있다

2.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3. 속이 깊고 조용하다

4. 부드럽고 연하다

5. 부러워서 침을 흘리다

6. 침착하고 여유가 있다


자유롭게 흐르다가 가끔씩 앉아 쉬면서 정리하는 편이다. 주기적으로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정의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이 모여 지금, 여기(now and here)를 풍부하고 다채롭게 느낄 수 있게 만든다.


[ 사전 ]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 유연한 + 사전 ]


모순적인 사람이 정체성을 탐구하는 공간

말랑한 단어와 딱딱한 단어의 결합. 마치 나 같다. 모순적이다. 단번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또 내 일상같다. 흐르고 멈추고를 반복하는 패턴 말이다.


예민한 사람이 감각을 기록하는 도구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언어로 시각화하는 곳이다. 고정되지 않은 생각을 붙잡아 묶어둔다. ‘일상의 감각을 하나의 이야기로’ 라는 나의 슬로건처럼.


좋아하는 걸 잘 설명하고 싶어 만든 해설

이게 왜 좋아? 라고 묻는 질문에 흥분하지 않고 조리있고 간결하게 말하고 싶다. 많이 좋아할수록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혹여나 실수할까 한 발 물러나게 되니까. 실수를 예방하고자 사전에 분석하고 정리한다.



유연한 사전
1. 모순적인 사람이 정체성을 탐구하는 공간
2. 예민한 사람이 감각을 기록하는 도구
3. 좋아하는 걸 잘 설명하고 싶어 만든 해설

#좋음을디깅하는사람 #재정의 #커스텀사전




‘유연한 사전’ 호에서 유연의 유영이 시작된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어디든 흘러갈 수 있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여정에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다. 유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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