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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l 18. 2024

엄마의 인기척

한밤중에 인기척이 느껴져서 깼더니 엄마가 침대에서 내려오셨다. 잠을 놓친 나는 결국 잠자리를 내어드리고 부엌에서 현관 조명등을 의지하며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를 마저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명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웅크리고 자던 엄마가 몸이 아프다며 몸부림을 치다 대각선으로 누워 다리를 정명이 쪽으로 뻗고 있었다.

엄마를 들어 침대로 올릴 결심을 했으나 좀처럼 늘어진 엄마를 안아올릴 수가 없었다. 그때 정명이가 내 허리에 두를 복대를 가져왔고, 작은 힘이지만 할머니 겨드랑이에 자신의 힘을 보탰다. 영차.

새벽의 소동은 끝이 났고 우리는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들기까지 한참을 뒤척여야했다.


"고모 할머니는 치매 말기인가 봐요"

"아니야. 아직 우리들 얼굴은 알아보시잖아."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엄마는 정명이와 내가 누워있는 곳으로 오고 싶었나보다.

저쪽 세계에서 죽을 힘을 다해 이쪽 세계로 힘겹게 이동했나보다. 그런 엄마의 잠자리를 봐드리고 나는 어쩐지 엄마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손등을 쓸어주고 볼에 뽀뽀를 했다. 엄마는 아기처럼 웃고.

허리를 다칠까봐 애면글면하던 내가 안심하며 개구쟁이 엄마 덕에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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