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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18

by 이은주

새벽에 엄마의 마른 기침 소리에 깼다.

부엌에서 포트에 물을 끓여 루이보스 차를 드렸다. 따스한 차를 드시다가 엄마는 "색깔이 예뻐"라고 하셔서 나를 기쁘게 했다. 내가 봐도 카페인 없는 홍차의 빛깔이 보석같았기 때문이다.


식사 중에 한번씩 맛있는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대부분 힘겹게 그러나 단호하게 맛.있.어. 라고 해주신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한참 생각하더니 '별로'라는 단어를 기억해 내서는 맛이 별로라는 거였다.

평소에 엄마는 죽을 싫어하셨다.

다음 날 나는 밥 반공기를 김에 싸서 아이들에게 줄 때처럼 작게 잘라 드렸다.

오물오물 꿀꺽.

엄마는 가벼운 뇌출혈 이후 연하곤란이 와서 죽도 삼키지 못하고 흘리셨는데 오늘 김에 싼 밥을 씹으셔서 넘기셨다. 식사의 다른 플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의 마음은 시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6개월 만의 일이다.


목욕하고 입고 벗기 편한 미키마우스 새옷을 입고 사진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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