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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Mar 05. 2023

깊이 잠 들었다.

의상의 봄

베개에 머리를 붙이고 1분을 넘기지 않고 잠드는 속성이 언제까지고 지속될지 장담할 순 없으나 어젯밤은 베개와 동시에 평안하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잠 들었다.

부고를 받은 것은 의상능선 중간쯤이었다. 저녁에 큰 아이 생일 파티가 있어 마치고 늦게 조문하러 갈 생각이었다. 의상이 초행이었던 세 친구가 포함된 열한 명이나 되는 인원이 움직이는데 행열의 흐름이 꽤 순조롭고 리드믹 하다. 나월봉인가 나한봉인가 어디쯤 왜 쉬지 않느냐는 살짝의 불만이 있었으나 속도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체력은 착실하게 그러나 경쾌함을 유지하며 소모되어 나갔다. 산행의 여운은 자연스럽게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진다.

집으로 돌아와 큰 아이 생일 파티에 이모네 식구까지 가세하여 또 한 번의 대규모가 이루어졌다. 스파클링 와인도 한병 따고 흥겨운 시간도 지나고 오늘 기분 좋게 소진되어 가던 나의 체력은 순간 배터리 방전되듯 아웃되었다.

아침에 조문 가서 어제 마시지 못한 맥주 두어 캔을 마시고 고인되신 분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새긴다.

두 다리 멀쩡할 때, 재잘대는 친구들 옆에 있을 때, 내 맘이 아직 새침해지지 않을 때 부지런히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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