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관련 시설을 두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치러진 선거에서, 반려인들의 표심을 의식한 후보들은 앞다퉈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확대 등의 공약을 내놓았고,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민들을 위한 시설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는데요.
실제로 이러한 시설들의 설립이 가시화되자 주민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습니다.
작년 말 대구에서는 동물 장묘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열었고, 올해 들어 전주에서는 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 신설 계획이 발표되자 인근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또 노원, 강서, 중랑구에서도 주민들의 반대 속에 반려견 놀이터 설치 계획을 철회하거나 전면 재검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려동물 놀이터는 정말로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재산상 피해를 주는 '혐오 시설'일까요?
사실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반려동물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시 환경에서 반려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량을 위해 시민들은 가까운 공원을 이용하게 되고, 이때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원에 뒤섞이면서 반려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미 공공시설로서의 공원 내 도그런에 관한 연구논문(A Study on Off-Leash Dog Runs in Urban Parks as Public Facilities - Case Studies of Dog Runs in Urban Parks in Tokyo, 이형숙) 등에서는 일본의 공원 내 반려동물 놀이터 정착 사례를 통해 반려동물 놀이터(도그런) 시설 도입 이후 사회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며, 국내 공원 내 반려견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도그런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사회과학을 연구한 논문 (The pet connection: pets as a conduit for social capital?, Wood)에서도 반려견 (및 반려견을 동반한 사회활동)을 통해 이웃사람, 그리고 더 넓게는 지역 커뮤니티까지 긍정적인 사회접촉이 일어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친밀감이 높고,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미국의 경우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반려동물 놀이터, 즉 OLRA(Off-Leash Recreation Area)가 1970년대부터 만들어져 미국 전역에 560개 이상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반려동물 놀이터, 정말 혐오 시설일까요?
단순히 '개들이 모여서 시끄럽고 더러워질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하셨다면, 선진국의 사례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