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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펫 Nov 01. 2019

랜선 집사 탈출각? 고양이 알레르기 백신 돌아보기

 외국의 한 논문으로부터 시작된 기사가 바이럴을 타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양이 알레르기를 해결할 백신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양이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인류가 백신 개발을 통해 천연두의 위협으로부터 거의 완전한 해방을 이뤘듯, 이 백신이 개발되면 고양이 알레르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걸까요?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고양이 알레르기란게 정확히 뭐죠?  


기사에 대한 반응 가운데, 고양이(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에게 이 백신을 맞으라고 하거나 (자신이 반려하는) 고양이가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는 집사님께 기사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어서 먼저 정리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Fotolia(이하

기사에서 말하는 '고양이 알레르기 백신', 여기에서 '알레르기'는 고양이가 자연적으로 발생시키는 특정한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사람의 알레르기'를 의미하고, 이때 인용한 논문은 '고양이에게 백신을 투여'함으로써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발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고양이가 백신을 맞으면 사람의 알레르기가 줄어드는 개념입니다. 고양이의 알러지성 질환과는 무관하며, 사람이 맞는 백신도 아닙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고양이 알레르기 걱정 없는 반려생활이 가능할까요? 


어떤 집사님들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역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어가며 고양이를 기르시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고양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은, 논문에서 밝힌 물질 Fel d1 이외에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만 몇 가지가 더 있기 때문에(Fel d2, Fel d3, Fel d4, 및 Cat IgA) 아직은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Fel d1은 Fel d4와 함께 고양이 알레르기의 주요한 원인 물질이고, 다른 원인 물질들도 일단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니 백신으로 억제할 수 있음이 확인된다면 더 유의미한 발견이 되겠지요. 


이 백신이 고양이에게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아직 알 수 없기도 하고, 정말로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미리 검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백신은 백신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사회경제적/공중보건학적 이점이 그에 따르는 각종 비용보다 클 때 유용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백신이 사람의 알레르기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은 증명되었지만, 고양이에게 장기적으로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한 고양이의 질병 예방을 위해 활용되는 다른 백신들과는 달리, 이 백신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편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인 만큼 윤리적인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서둘러 예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백신들처럼 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건강상 별다른 위해 없이,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게 사람 알레르기를 줄여줄 수 있다면 분명 놀라운 발견이 되겠습니다만, 아직은 후속 연구들이 필요한 가능성의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학계에서 발견된 어떤 물질이 정식 의약품이 되기까지는 무척 길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국가에서 '약'으로 쓸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기 때문이죠.  


때문에 섣부른 기대나 비난보다는, 여러 면면을 더 보고 판단할 데이터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에서 연구진은 3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말이죠.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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