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07
테드가 홍대 코리빙 하우스에서 살던 때였다. 올해부터는 그 건물이 무슨 블록체인 기획자들과 개발자들의 합숙소가 된다나 뭐라나… 아무튼 테드가 살던 때에 그곳은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가 컨셉이었다. 누가 얘기해준 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2대1 같은 미친 경쟁률을 뚫고 서류에 면접까지 보고 나서야 이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힘들게 들어와서 그런지, 유독 사회화된 또라이들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때를 회상해보자면 특히 옥상이 기억이 난다. 코리빙 하우스의 옥상에서 경의선 숲길이 다이렉트로 보였는데, 나름 홍대 입구-연남동 근처에서 나름 가장 좋은 뷰를 제공했던 것 같다. 물론 AK몰이나 남산타워 같은 엄청난 높이는 아니었지만, 심즈나 롤러코스터 타이쿤 하는 느낌을 줬달까. 6층짜리 건물이었으니까 어느 정도였을 거라고 대충 상상이 갈 거라 생각한다. 철제 벤치와 책상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옥상이 꽤나 매력 있었다. 또라이들은 이 텅 빈 공간을 내비두지 않았다. 가장 첫 번째로 이 옥상을 채운 것은 L의 바베큐용 불판이었다.
불판이 생기고나니 옥상은 종종 핫플이 되었다. 모이면 기본 6명이었다. 진짜 많을 때는 12명도 모였다. 끽해야 22명 사는 코리빙하우스에서 정말 많이도 모였다. 바베큐용 불판은 L이 전 집에서부터 쓰던 거였다. 원래부터 바베큐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한 L은, 숯과 번개탄까지 준비해 왔는데 이거만봐도 벌써 친구들에게 사랑 받을 준비가 된 친구였다.
불판도 있겠다, 이왕 구워 먹는 거 양껏 먹고 싶은데 소던 돼지던 닭이던 채소던… 뭐던 국내에서 나온 친구들은 몸값이 비쌌다. 수완이 좋은 L은 경력자답게 기지를 발휘하여 매번 외국에서 비행기와 추위를 타고 도착한 돼지고기를 해동시켜서 가지고 올라왔다. 채소는 다 같이 몸이 상하지 않을 만큼만 먹었다. 그냥 그 정도로만 하기로 했다. 밥은 또 누가 지어왔고, 파스타도 종종 등장했고, 어쩌다 보면 라면도 누가 끓여왔고, 누가 수박도 들고 올라오기도 했었다. 술은 또 항상 빠지지 않았더랬다. 소주보다는 맥주였고 와인이었다. 홍대에 켜진 불빛과 주변 소리, 그리고 분위기만으로도 꽤 취할 수 있던 거 같다.
적당히 숯이 달궈지면 L이 고기를 능숙하게 구웠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이웃이, 또 테드가, 또 다른 친구가 번갈아서 구워줬다. 누구 하나 못 먹을까 봐 쌈도 사서 한 번씩 갖다주는 게 참 좋았다. 마치 앞뒤 노릇하게 구워진 앞다릿살과 목살은 맥주의 관계 같았달까? 오랜 고향 친구처럼 그렇게 서로 간절하고 애틋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기를 좀 또 굽다가 벤치로 돌아와서 어줍잖은 솜씨로 두껍게 썰은 파채에 살짝 덜 익은듯한 고기를 한 점 올려 쌈장을 푹 찍어 먹으면 세상은 다 못 가졌더라도 그 홍대 코리빙 하우스 근처는 다 우리 땅인 것 같았다.
그럼 어디서 그렇게 용기가 났는지, 난간 근처에 가서 사람들에게 소리를 그렇게 질러댔다.
오겡기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뭔가 이렇게라도 사람들에게 우리 여기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1년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러브레터는 아니지만 애틋한 옥상을 주고받으며 같이 살았다. 참 좋은 기억이 많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나오면 우연히 마주하는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곳, 코리빙하우스. 연희와 테드는 같은 코리빙하우스에서 사는 이웃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으로 코리빙하우스에서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여러 가지 모양새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