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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테드 Mar 25. 2022

코리빙 빌런 대백과 (1)
세탁기 빌런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13



코리빙에 살다 보면 수많은 빌런을 마주칠 수 있다. 5인의 법칙이라고, 인간 5명이 모이면 반드시 1명의 빌런이 있는 법이다. 에이 뭐 얼마나 심각하겠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한방을 쓰는 오피스텔 구조가 아닌 코리빙에서 한 명의 빌런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테드도 다양한 코리빙에 살면서 정말 많은 빌런들을 마주했다. 이럴 때마다 정말 살기 힘들다. 그때를 회상하며 빌런들의 레벨에 따른 백과사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퇴치해야 할지도 생각해보았다.



여러 빌런들 중에서도 세탁기 빌런은 강도보다는 빈도다. 엄청난 타격을 주지는 않지만 정말 자주 목격된다. 집에서 가족끼리 세탁을 할 때야, 혼자 쓰는 세탁기다 보니 뭐 사실 어떻게 쓰던 본인 마음이었다고 하지만, 코리빙에서의 세탁은 조금 다른 문제다. 일단 세탁기 크게 3가지 쟁점이 있는데, 세탁기 점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세탁물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다. 그리고 세탁기 청결에 대한 문제가 있다.


세탁기 점유에 대한 문제는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특히 금요일 밤, 토요일 저녁과 같이 사람들이 집에 많이 있는 시간에 종종 발생하는데 세탁기에 자리가 없어서 발생한다. 그래도 잠깐 기다렸다가 쓰면 되지 하고 할 수 있지만,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이런 붐비는 시간에 색깔별로, 소규모의 빨래를 가지고 여러 세탁기를 점유할 때 발생한다. 물론 색깔별 빨래는 너무 필요하다. 하지만 5개뿐이 없는 세탁기 중에 4개를 쓰고 있다면? 가장 피크 시간에? 레벨 1 정도 되는 빌런이라고 칠 수 있겠다.


퇴치 방법은 매우 쉽다. 잘 얘기해주면 된다. 이 시간이 피크 시간이라는 것과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것을 알려만 주더라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코리빙은 어차피 같이 사는 곳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



세탁물에서 이슈가 생기면 여기서부터는 조금 논쟁의 여지가 있다. 테드가 살아본 국내 5곳의 코리빙에서는 모두 세탁기가 다 돌아갔을 때 세탁물을 안 가져가면 잠깐 다른 통에 빼놓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두었었다. 빨래가 끝났으니 다음 세탁을 하기 위해 잠깐 빼놓는 장치인 것이다. 근데 이때, 세탁물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또 차곡차곡 쌓는 게 아니라 대충 던져놓는 경우도 생긴다. 사실 어떤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뺐는지 모를 때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최악은 통에 담아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빼놓는 빌런이다. 레벨 2 빌런이다.


퇴치 방법은 사실 없다. 세탁 예상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것뿐이다. 물론 세탁 예상 시간은 절대 잘 맞지 않는다. 최소한 본인의 세탁 바구니 혹은 세탁 통을 본인의 빨래가 들어 있는 세탁기 앞에 두고 이왕이면 그 통 안에 빼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세탁기마다 사용법이 달라서...


세탁기 청결에 대한 문제는 사실 가장 짜증 나고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세탁기야 자주 돌아가 봐야 하루에 한 번 정도겠지만, 코리빙의 세탁기는 매우 혹사당하는 편이다. 하루에 10번도 돌아간다. 혹사당하는 것이야 사실 세탁기가 빨리 고장 나겠네... 하고 생각하는 정도겠지만, 옷을 청결하게 해주는 세탁기도 절대 계속 청결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중고 세탁기를 사서 무조건 한 번 대청소를 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틈새에 먼지도 끼고, 다양한 미생물도 자라난다. 옷은 그래도 양반이다. 하지만 옷을 빠는 세탁기에 다른 것을 빤다면? 인형이나 이불 이런 거 말고, 더러워진 운동화는 어떤가? 과연 운동화는 같이 쓰는 세탁기에서 빨아도 될 것인가? 최근 테드가 사는 코리빙에서는 이를 금지했다. 하지만 그전에 살던 곳에서는 크게 신경 안 썼다. 남이 운동화를 빨았던 세탁기에 옷을 또 빨고 싶을까? 절대 아니다. 레벨 3에 손색없는 빌런이다.


퇴치 방법은 공론화가 최고다. 커뮤니티 내에서 이를 금지하거나, 하지 말자는 룰을 세울 때까지 계속 이야기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 같다. 운동화랑 속옷을 같이 돌리지 않는데, 어찌하여 같은 세탁기에 빨 수 있을까. 괜히 빨래방에 운동화용 세탁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되면 좋을 텐데...!


그 외에도 다양한 빌런들이 있다. 세제를 야금야금 훔치는 소똥구리 스타일 빌런도 있고, 건조기를 쓰고 난 이후 먼지를 안 터는 빌런도 정말 자주 만날 수 있다. 세탁이 안 끝난 상태에서 세탁기를 끄고 본인 세탁을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고, 새벽 3~4시에 세탁기를 가동해서 세탁기 옆방 친구를 못 자게 하는 자극적인 빌런도 있다.


결론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이해하고 체념하되,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꿔나가자는 것이 핵심인 듯하다. 코리빙에 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빌런 중에 세탁기 빌런은 단지 일부분일 뿐이다.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운 집이야 어딨겠냐만, 참 아쉽고도 힘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냥 내 세탁물도 다른 사람들의 세탁물들과 코리빙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그나마 나을 듯싶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나오면 우연히 마주하는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곳, 코리빙하우스. 연희와 테드는 같은 코리빙하우스에서 사는 이웃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으로 코리빙하우스에서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여러 가지 모양새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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